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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이었다. 논문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나오는데 우리 과의 유미란 여학생이 벤치에 혼자 앉아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유미한테로 뛰어갔다.
“유미야, 왜 그래?”
유미는 얼굴을 들어 나를 보았다. 너무 울어서인지 유미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교수님.”
유미는 나를 꼭 껴 안더니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 후에야 유미가 나를 껴안았던 팔을 풀었다.
“무슨 일이니?”
“아니에요. 좀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실컷 울었더니 속이 다 후련해졌어요.”
유미는 말을 마치더니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오늘은 하늘이 높네요. 이제 가을인가 봐요. 교수님, 전 그럼 가 볼게요.”
유미는 벤치에 올려 놓았던 가방을 들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나는 실연이라도 당한 건가 하며 발길을 돌리려다가 벤치 아래에 떨어져 있는 안경을 보았다. 그건 유미가 쓰고 다니는 안경이었다. 안경은 알이 산산조각이 난 채 깨져 있었다. 그건 고의적으로 안경을 깼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유미가 걱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