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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최종 합격자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유미는 합격했다. 유미가 그 동안 노력했던 시간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유미는 뛸 듯이 기뻐했다. 나는 앞으로 유미가 잘 해 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한 달 후 다시 유미가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내가 너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발령은 언제 난다는 얘기는 없어?”
“교수님, 저 합격 취소됐어요.”
“응?”
나는 깜짝 놀라 유미를 보았다.
“건강 검진에 걸렸어요. 역시 눈이 문제였어요. 저 방금 자퇴서 내고 오는 길이에요.”
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참 후에야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앞으로 어떡할 거니?”
“시골에 내려 가려고요. 이젠 부모님한테 얘기해야 될 거 같아서요. 마지막으로 교수님이나 한 번 뵙고 가려고 들렸어요. 교수님,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유미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떠났다. 나는 가까스로 눈물을 참으며 창문밖으로 하늘을 보았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