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을 스치며 지나가는 나비를 보면서 부러움을 느낍니다. 장난치지 마세요. 휘둥그런 바람이 제 셔츠를 펄럭거립니다. 당신은 따뜻한 바람 입니다. 어느 추운 날. 당신의 체온이 제게 옮겨오기도 전에 당신은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더군요. 당신을 느낄 수 있어도 잡을 수 없기에 저는 그저 기다리기만 해야 한답니다. 소용돌이 치며. 제 주변을 돌면 장난치지 마세요. 저는 바보같이 그 따스함을 마시려 한답니다. 그러나, 입술을 열기 전에 떠나는 당신은 제게 다시 그 추운 날을 느끼게 하기엔 충분하답니다. 그럴 땐 오들오들 떨면서 저 바람이 당신일까 하며 기다려야 할 뿐이지요. 당신에게서 봄을 느끼려면 한참 더 장난을 받아야 하나요. 셔츠 속 마음은 당신의 장난에 얼어붙고 있어요. 무심코 아무 꽃이나 날아다니는 노란 나비를 보며 부러움을 느낍니다. |
누구를 좋아하지만.
누구를 정말로 좋아하는데.
그 사람은 나를 친구로밖에 보지 않아서 저렇게 친절한 건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한 건지.
아니면 내가 친절하게 대해서 친절한 건지.
그리고 그 누구가 친절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건지.
정말 좋아하는 건 아닌데 단순히 오랜만에 친절한 사람을 만나서 이러는건지.
알 수 없는 때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왜 이렇게 소심한 걸까. 좀더 쿨-하게 대응할 수는 없는 걸까. 하면서 쓴 시가 바로 장난치지 마세요.랍니다.
누가 읽더라도, 이 시는 연모하는 사람(흔히 '님')이 떠나가는 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는 시입니다. 그러나, -그 '님' 이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 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됩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분께는 '절대자' 일 수도 있고, 학자에게는 '진리' 일 수도 있으며, 고3에게는 '수능점수'(씨익^^) 일 수도 있습니다.-라고 여러가지로 번역해주길 바라면서 쓴 시입니다만. 지금 보니 확실한 '사랑하는 사람' 이네요. 의도가 실패한 거죠. 첫째 연과 마지막 연이 너무 큰 단서입니다. 나비와 바람에 영감을 받아 쓴 시이니만큼, 사랑의 틀을 벗어나서 쓰기 힘들었거 같네요.
사실, 이 시를 쓰면서 말하고 싶었던 내용은 첫째 연과 둘째 연 그리고 셋째 연. 이 세 연이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꾸밈이라고 할까요. 뜻은 있습니다만.
장난치지 마세요.
정말 좋아하는건지, 아닌건지. 모를때가 있더라구요.
저는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 사람은 저를 좋아하는건지 아닌건지.
친절하긴 하지만. 그냥 평범한 친절인지 아닌지.
몇몇 분들께서는 '착각하지 마세요! 괜히 착각하고 난리세요~'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그당시 칼스는 어렸습니다.(어리다는 걸로 용서가 될까요?)
어쨋든, 그런 상황에서, 그 분의 친절이 점점 저를 데리고 '장난'친다는 생각이 잘 들더군요. 물론 나쁜 뜻은 아니구요. 이 생각으로부터 시의 영감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바람. 절대로 잡을 수는 없으면서 괜히 한번 마음을 흔들어 놓고 그냥 가는 바람. 정말 매일 바람이 한번 장난치고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의심을 하다 보니. 제 자신도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하는건지 의심이 들기도 하더랍니다. 그 당시, 사람의 '친절'에 목말라 있던 제게 정말 오랜만에 '친절'을 배풀어 주었거든요. 단순히 오랜만에 만난 친절 때문에 끌린 건지. 정말 좋아하는건지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의 배경을 추운 계절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로 '바람'을 '따뜻한 바람'으로 바꾸었지요. 그분이 없을 땐 추위에 떨면서 계속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불쌍한 화자 입니다.(물론 이 부분은 시에 잘 나타나 있지 않는군요. 그렇지만 그 당시 쓸 때는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썼던거 같습니다.)
물론 화자가 그분을 좋아하는 건 확실합니다. '바람을 마시려' 하고 '저 바람이 당신일까' 계속 기다리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그분의 친절함이 과연 무엇인지 확인해 볼 방법은 하나! 직접 고백하는 겁니다만. 상대는 바람이고, 자신은 '기다려야 할 뿐인' 존재이기에 언제나 바람은 '입술을 열기 전에' 떠나버립니다. 이 부분은 '따스함을 마시려 한답니다' 와도 연결이 되구요.
그러면서도 그 사람이 자신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놓지 않습니다. "당신에게서 봄을 느끼려면/한참 더 장난을 받아야 하나요." 장난을 한참 더 받으면 결국 봄이 온다는 그런 순진한 생각입니다. 하하.
마지막으로 처음에 생각했던 나비를 떠올리면서 시를 마칩니다. 나비는 '아무 꽃아니 날아다니'기 때문에 이 꽃이 자신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이 없죠. 싫어하면 다른 꽃으로 날아가면 되니까요. 이런 걱정 없는 나비를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는 겁니다. 물론 나비는 봄(초봄)을 상기시키면서 차가운 배경과 따뜻한 바람을 어울리게 하는 소재로도 쓰였구요.
이상이 장난치지 마세요.에 대한 해설이었습니다.
제가 쓴 것을 해설하고 동기까지 설명하려 드니까 쓰면서도 얼굴이 너무 뜨겁네요. 하하.
잘쓰지도 못하는 시를 그래도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의미에서 해설해 보겠다고 달려드니 부끄러워 죽겠습니다.
그리고 이 장난치지 마세요.는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시들 중에 하나구요.(어차피 앞으로 마음에 들어하는 시들만 쓸 거지만.) 지금도 꽤나 느끼고 있습니다. 하하.
제가 바보같은걸까요.(어처구니없이 착각하지 마세요~ 라는 분들. 저 아직도 어립니다.헤헤)
그럼 이만 쓸게요.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