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받기 싫어했던 선물...
기억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억지로 헤어지고 기억지우려고 물건 버리고...그따위 씨발스러운 청승은 안떨거든요...
그러므로.
언제 어디서나 나를 지나쳤던 사람들의 기억은 나기 마련이다.
기계적으로든 뭐든.
천성적으로 해주는걸 좋아하고, 받긴 뭘받어 선물같은거 간지러워....
그런 것도 있겠고.... 사실 받는다면 아주 좋은거 아니면 감동을 안하는 이런 싸가지없는 성격 탓이다. 그래.
ㅋ...오늘. 벽장 안에 버리다시피 박아뒀던 보라색 상자가 눈에 띄였다.
.........
나의 무언가를 바꾸어 줄 것만 같았던 그.
그는 사실 실제로는 너무나 자신감에 차 있었고, 협소한 감이 있었다.
그의 자만심에 질려가던 중. ...
바쁘다는 이유로 나의 생일을 멋대로 이틀즘 당겨버린 그.
나의 약속을 다 비우게 한 후
그가 그날 내민 것은... 목욕수건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목욕장갑.
초록색이고, 손가락 다섯개가 각각 들어가는 구멍이 틀렸던 장갑.
아...
뭐야....
개구리 인형?
마디 끝에는, 개구리 10마리가 각각 달려있네...
개구리....
그래...
넌
내가 이런걸 끼고 목욕하는게 니 소원이니?
평소에 내가 숙일 때마다 약간 파인 옷 사이로 찔르듯 들어오는 그의 질펀한 시선과
"선물 이쁘지이이?너를 위해~ 이렇게나 신경을 써주고 있잖아~이런 남자가 어딨어어어어~"라는 그의 뻔뻔한 말이섞여서
구역질이 났다.
왜였을까?
그가 몇시간 전,나를 모욕하는 말을 해서일까.
나의 몸을 시도 때도 없이 노골적으로 원하는 그 때문일까.
그의 말이 어디까지나 입발린 소리들 뿐이라는걸 깨달은지 며칠 안되서일까.
그를 믿었던가...........?
잘 모르겠다.
적어도 그가 나를 이 상황에서 바꿔줄 적격자라고는 믿었다.
rebound할 사람은, 그전의 그와는 판이하게 틀려야 한다고.... 그렇게.
내가 떠나왔고ㅡ 포기한 관계이므로.
울지도 않았다. 헤어지자고 통보한 후 한번도 울지도 멍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공부다 뭐다 더 챙기고 바쁘게 살았다.
그에게 철저히 속해 있었던 나. 그래서 자신이 누군지 까맣게 잊었던 날 찾기 위해서였지.
매듭질도 그렇게 내가 했고ㅡ 새사람도 이렇게 내가 먼저 만난다.
워낙 나밖에 모르던 어눌하고 찌질한 녀석이었던지라, 입에 기름칠좀 한 뺀돌이 한명쯤 만나면....
그러고 나면. 말이야.......
그러면.....
.......
.....
.....
후우ㅡ골이 아프다.
....이 남자, 아직도 뭘 모르는 건가?
입에 모터가 달렸는지, 끝까지 고마워 해야되네 마네 씨부리고 있는 새끼.
닥쳐라 이새끼야...
내 한숨은 안들리니?
...
고마워-
기계적인 말을 내뱉았다.
이윽고 내 몸을 탐하기 시작한 그를 피하는 나의 시선앞에
개구리 대갈통에 붙은 \\8600이라는 가격표가 친절히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