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다가 한 곳에 멈춰서 생각하곤 한다. 시월에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해 놓고
똑 같은 것을 반복하고 있던 구월에, 나는 바람 소리도 슬프게만 들렸 더 랬다.
시월이 지나간 자리에는 또 누가 들어 있었나 아직은 먼저 떠난 이도 없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시월의 정거장에 우두커니 않아 나는 생각 했다.
오늘은 그랬다. 바람이 불어도 내 몸은 열기가 식지 않은채 성내고
있었다. 알 씨 하나 고마울 것도 없이 막 미워져 돌아 서는 길에 나도 상처를
주었다. 다가오는 사람에게, 어찌 할줄을 몰라 내가 받은
형체도 없는 소리의 칼질을 무섭게 휘두르는데 무섭은 마음으로 떨었다 나는,
내세울것 없는 도망자 처럼 너를 피해 몸을 숨기고, 후회로 돌아오는 길에,
당신은 사랑할 줄 아십니까 나는 내게 물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