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만난 두 친구가 시내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음식을 먹다 말고 멀리 창 밖을 바라보고 있던 한 친구가 불평을 하며 말했다.
"대체 저 높은 빌딩들은 다 누구것일까? 빌딩은 커녕 완전한 내 집 하나 없는
나같은 사람은 어디 기죽어서 살겠나? 연봉이 몇 억씩이나 되는 사람들도 많다
는데, 우리같은 월급쟁이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 까지 뼈빠지게 일해봤자
매일 이 판이니.. 이놈의 세상은 정말로 불공평하다구..."
그는 속상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사이를 둔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저런 빌딩을 가진 부자라면 ,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을거야. 가난한
사람들 도우면서 편하게 살면 얼마나 좋겠어.. 가만히 보면 말야, 있는 놈들
이 더 무섭다니깐.. 안그런가?"
"그래, 자네 말이 맞아. 늘 없는 사람들만 힘들잖아.."
그의 친구도 맥 풀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 때 허름한 옷차림의 한 여인이 갓난아이를 등에 업고 음식점 안으로 들어왔
다. 여인의 등 뒤에 있는 아이는 까칠한 얼굴로 여뀌꽃처럼 가느다란 팔을 휘젓
고 있었다.
아이 엄마의 야위은 손에는 빨강,노랑,연두 색색갈의 껌들이 무지개처럼 걸려
있었다. 아이 엄마는 두 친구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러고는 가난을 한탄하며 음식을 먹던 그들에게 죄인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껌
한 통을 내밀었다.
"저기.. 껌 한 통만 사주세요."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은 금세 시큰둥 해졌다.
조금 전 불평을 하던 친구는 양복 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낮에 동전을 바꾸느라 샀던 껌을 꺼내 보이며,
"저도 껌 있는데요.."
하고 말하며 고개를 살살 흔들었다..
여인은 무안한 듯이 멋쩍게 웃으며 다른 테이블로 총총히 걸어갔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