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이 생기면서 나는 낮잠을 잃는 대신 규칙적인 생활을 얻었다.
또 인터넷을 자류롭게 못하는 대신 대화시간이 늘어났다.
아침마다 좋아하는 사과로 떼웠는데 밥과 국을 먹고 있다.
몇시에 들어오던 내 자유이던 생활 대신, 귀가가 늦어지면 걱정할 사람의 걱정을 하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내 일상은 조금 따듯해 졌다.
이렇게 많은 장점을 뿌리치고 나는 한달만에 다시 자유를 찾아 이사를 궁리 중이다.
술과 담배가 나쁜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이 이것과 비슷한 마음일까?
아, 극도로 피곤해져 버린 내 생활에서 어쩌면 '내 맘대로인' 자유가 이순간 꼭 필요해서인지도 모르겠다.
파트타임 근무를 하면서 나는 시키지도 않은 철야를 하고 있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밑빠진 독같은 이놈의 근무처.
결국 경비아저씨의 눈을 피해 몰래 불을 켜고 잔업을 하면서 내가 이 무슨 오버액션인가 싶다.
뭐, 어차피 내가 할 일이라 불만은 없다만.
죄 진 사람처럼 불도 못켜고 화장실 물도 못내리고 있는 내가 좀 우습다.
요즘 나의 일상에는 정말 자유가 필요하다.
누가 하지 말라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지치거나 넌덜머리가 날 만큼 바쁜 것은 아니지만
쉬고 있는동안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는데 학생의 비애가 있는 것 같다.
일 한다고 쉬고, 일하고 피곤하다고 쉬면 공부는 언제 할래?
라고 속으로 외치며 tv를 보는 심정.
그런데도 종료버튼이 눌러지지 않는 기이함.
아...정말 그 누구가 아니라, 내가 나의 자유를 없애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이 비애감도 나의 선택이고 나의 자유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