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의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싹 새것으로 덮어 버리고 싶었다.
헌 것은 이제 도저히 봐 줄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더러워져 있는 것 같아서.
어떤 기억은 추억이 되지 못하는 것도 같다.
아직 시간이 덜 흘러가서일까?
흔들림을 느낄 때 마다 괜찮다는 주문을 외우며 잔잔해 지길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파도는 가라앉지만,
바다에서는 또 반드시 바람을 만난다.
수면위에서 작은 바람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생각했다.
이 흔들림을 멈추려고 할 것이 아니라 육지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닌지.
바람이 없는 날은 고요하게, 또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바람에 내 앞날을 맡길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불어도 두 다리로 버틸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잔잔해 지면, 그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