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가기위해 집을 나섰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라리 한번 확 쏟아지고 그쳐버렸으면 했는데 여우비도 장대비도 아닌 비가 슬쩍슬쩍 내리고 있더라
근데 왠지 그리 밉진 않았다.
근래 마음이 싱숭생숭, 제일 싫은 우유부단한 상태기 때문에 왠지 내 심정과 비슷해서 그런진 몰라도..
비가 오거나 밤이 되면 사람은 감상적으로 변한다는데 꽤나 맞는 말인가?
친절하고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나려면 매번 지하철 끝까지 가야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음악도 듣고, 생각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오랜만에 허민 노래. 참 부러운 목소리. 들으면 들을수록 편안하고 깨끗하단 생각을 하게 되는 목소리
생각. 딸기랑 우유 먹고싶다. 다녀오면서 사와야지. 약먹어야지. 친구한테 전화해야지. 집가면 쿠키만들거야
사람 구경.
오늘은 구경보다 얘기하고 싶었다. 철칸 안에서 몇십명의 사람들이 서로 혼자있는 것 마냥 침묵하고 있으니까 뭔가 웃기고 어색하고 답답해 보였다. 원래 조용히 자기 역 기다리는게 정상이겠지? 근데 난 오늘 왠지 자꾸 말걸고 싶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어. 노약자석에 앉아서 편지 읽으시던 할아버지, 무엇때문인지 땅 꺼질듯 자꾸 한숨 내쉬던 학생, 자꾸 사람들 밀어부치며 신경질 내시던 아주머니, 내가 좋아하는 책 읽고있던 남자, 귀에 이어폰 꽂고 멍하니 있던 여자..
노래 제목 그대로 대화가 필요하다. 입에 쳐진 거미줄 좀 걷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