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밤 11시 52분
아침부터 흐리더니 하늘에서 분무기를 뿜듯이 비가 왔다.
낮게 깔린 구름에 들러 싸인 도시풍경이 참 아름다운 하루였다.
이런 날엔 영화 '접속'의 OST를 들으며 커피를 한잔 마시면
희미해진 기억들이 되살아나 오랜만에 감상에 푹 젖어들게 한다.
그 때는 당장 죽을 것만 같이 아팠던 사랑의 기억들,
삶을 포기하고 싶을만큼 절망적이었던 시간들도..
모두 커피 한잔 속에 녹아들어 슬며시 웃음짓게 한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내 안에 들어와 내 맘을 적시던 그처럼
비는 내리는지도 모르게 소리도 없이.. 그렇게 세상을 적시고 있었다.
반팔차림의 팔뚝에는 소름이 돋아 오돌도돌해졌다.
그래도 창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커피의 향과..
지난 추억을 더 짙게 만든 하루였다.
5월 16일 아침 7시 36분 버스 안
하루종일 구름이 낮게 깔려 있던 어제와는 달리
햇살이 눈부신 아침이다.
이어폰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은 유키 구라모토의 Lake Louise..
토요일 여행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애초에 얘기조차도 꺼내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실망은 기대하는만큼 돌아오는 법이니까.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
스물 네 살의 반이 채워져 가고 있다.
웃기지도 않게 나이가 어쩌구 저쩌구 하려는 게 아니다.
스무 살때의 나와 지금의 나..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를 생각해 보니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스무 살 때 느꼈던 감성.. 그 철없음이 얼마나 이쁜 것이었는지를 생각하니
차창 밖의 햇살이 유난히 더욱 눈부시다.
지금의 나도 저 햇살처럼 충분히 눈부시다. 꿈이 있으므로.
사람들이 참 바쁘게 타고 내린다..
오늘도 하루를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저 사람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별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