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가져 보는 시간이었다.
아니 내 기억으로는 어제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엄마와 내가 그렇게 따뜻한 시간을 보낸 것...
어제는 엄마 생일이었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지방에 계시고
남동생은 군인의 신분인지라 식구들 중에
엄마 생일을 챙겨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식구들 앞에서는
유난히 뻘쭘해지는 이상한 버릇이 있어서
어릴 때부터 딸로서 살갑게 애교부리고
아양을 떠는 일 따위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나 혼자 챙겨 드려야 할 엄마 생일이 다가오면서
난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어떻게 감동시켜 드리면 좋을까를
고민하느라 진작 제출했어야 할 레포트에 손도 못대고 있었다.
결국 선물을 준비해야 할 시간을 놓쳐버린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긴 편지를 쓰기로 하고 펜을 들었다.
하지만 난 편지지를 펼치고 사랑하는 엄마에게라고 쓴 후부터
한 글자도 쓸 수가 없었다.
군대 간 후배, 멀리 있는 친구, 가까이 사는 선배 등등
다른 사람들에게는 석 장이고 넉 장이고 술술 잘도 쓰던 편진데
왜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눈물만 계속 흐르는지
나중엔 속이 상해서 더 울어버렸다.
분명히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이
너무나 많아서 밤새서 써도 모자라면 어쩌지 하는 맘으로 펜을 들었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한 줄도 쓰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에
당황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편지지만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었다.
바보천치!
결국 편지 쓰는 일은 끝을 맺지 못하고 그냥 잠이 들었다.
아침에 '엄마 사랑해. 생일 축하해요'라고 말한 다음
볼에 뽀뽀를 하고 밤새 쓴 편지를 내밀어 감동시켜 드린 후
기분 좋게 출근을 해야겠다는 내 멋진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잠든 엄마의 얼굴만 보고 착잡한 맘으로 출근을 했다.
라디오 방송에 엄마의 선물을 보내달라는 글을 여기저기 올렸지만
정작 필요한 선물은 채택되지 않고 엉뚱하게 나 좋은 선물만 받게 되었다.
(노영심 콘서트 티켓.)
그렇게 하루를 보낸 나는 퇴근 길에 제과점에 들러
아주 작고 귀여운 생크림 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