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석가탄신일이라
바람 쐬러 나갔습니다.
목적지는 양주에 있다는 자비식물원.
언젠가 신문에서 희귀 야생화가 볼만하다는 짤막한 기사가
있길래 스크랩해두었다가
오늘 드뎌 꽃피는 계절이라 답사겸 갔습니다.
! 기자촌으로 해서 삼천사로 빠지는 길부터
불도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루고...
북한산을 휘감아 돌면서... 연두빛으로 물든 풍광이
올간만에 폐부를 확 씻겨 내리더군요.
신록 예찬, 예찬, 예찬!
눈이 번쩍 뜨이고... 연두가 하나의 연두빛이 아니라
濃淡에 따라 이리도 갖가지였나...
등산복 차림의 일행이 불도에 섞이어 눈에 띄고
모처럼의 5월의 출발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주로 농장과 농원이 밀집된 곳이라 조경수도 눈요기가 되고,
전원주택지 분양에도 곁눈질하면서 군부대를 여럿 지나
찾던 식물원에 도착했지요.
주인이 하나씩 모아서 정원 한켠에 채워다 놓은
야생화가 옹기종기 모여 볼품 없었지만 주인의 손길에 감동하여
낯선 터에 제 고향인 양 자리잡은 폼세가 정답습니다.
어릴 적 산소에서 보던 할미꽃,
보라빛 하늘 매 발톱, 앙증맞은 분홍의 앵초,노란 동의 나물
제비꽃과에 속하는 종지나물, 솜방망이꽃, 방울모양의 섬초롱
송송 털이난 조개나물, 분홍빛 방울이 달린 금낭화, 벌개동굴
우유빛 양귀비, 빨간꽃이 피어나는 산당화...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름처럼 제각기 그 모양을 하고선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때따라 피고 지는 순둥이들.
넉넉한 주인장의 친절한 설명도 빠뜨릴 수없는 장면입니다.
소똥 밟히는 마을길을 돌아서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는 비료를 쓰지 않는 부추를 한 삽 떠 가지고 왔습니다.
무얼 해 먹을까, 전을 부쳐 먹나, 겉절이를 해 먹나..
안주인이 사박사박 씹히는 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일단은 돌아오자마자 화분에다 심고 물을 주었습니다.
잎사귀가 너풀너풀하고... 나중에 피는 꽃도 볼만하답니다.
후두둑 비가 오고 괜히 급한 마음으로
차를 몰아 보신탕집을 찾아 뚝배기로 그득하게 한그릇 먹고
눈꺼풀 쳐지는 눈을 하고선 무사귀가 했습니다.
오늘은 오감을 다 즐기고 왔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만 합니다.
음...
이렇게 하루가 또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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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동안 너무 들리지 못해 올간만에 인사나 드릴려고
문 두드리다가 우여곡절 끝에 들어왔슴다.
하여 당일 올리지 못한 점 이해하시고...
다들 즐거운 휴일 보냈셨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