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시합 -문 해-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한 나라에 임금님이 시합을 열었다. 이 시합에서 승리한 사람에게는 임금님이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는 조건이 붙어서인지 온 나라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모두 참가를 했다. 달리기와 문제 맞추기 등등 각종 예선을 거쳐 드디어 총점이 가장 높은 세 명의 결선 진출자가 가려졌다. 첫 번째 결승 진출자는 이 나라에서 최고의 수재로 알려진 키키였다. 키키에게는 ‘걸어 다니는 사전’ 혹은 ‘공부벌레’와 같은 별명이 늘 따라다녔다. 키키는 늘 책을 곁에 두었고 공부를 아주 잘 했다. 공부에 관한 한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교육정책이 제2의 키키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을 정도였다. 두 번째 결승 진출자는 공부와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힘이 세기로 온 나라에 소문이 자자한 타타였다.타타는 싸움은 물론 몸으로 하는 모든 것에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예선에서 문제 맞추기 등에서 저조한 성적을 냈지만 달리기 등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아 결승까지 올라온 것이었다. 그 누구도 타타의 부탁을 함부로 거절하지 못하는 천하장사였다. 그리고 마지막 진출자는 와와였다. 와와는 책을 좋아하였지만 그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벌판을 뛰놀며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으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것을 크나큰 기쁨으로 여기는 아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개구쟁이 와와가 결승에 진출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짐작조차 하지 않았다. 키키처럼 공부가 탁월한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체력이 월등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운으로 결승에 오른 사람으로 바로 와와를 지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 도전자가 임금님 앞에 섰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디어 이 나라의 최고의 지도자 마마 임금님이 도전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세 분의 결승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결승은 세 가지 시합으로 진행이 됩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 삼 일간 시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 첫 번째 시합이 바로 지금 시작이 됩니다. 거기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을 우승자로 할 것이며 약속한대로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줄 것입니다.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조건이 있음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높은 벼슬을 원하면 그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며 금은보화를 원하면 그것도 충분히 주겠습니다. 그러니 어떤 소원을 이야기 할 것인지를 심사숙고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심사는 임금인 저를 포함한 이 나라 최고의 지도자 10명이 함께 할 것입니다. 이 시합에서 부디 이 나라의 희망이 될 인재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원하며 이것으로 이 시합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수많은 백성들이 보는 가운데 첫 시합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상 발표하시오.” 마마 임금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 나라의 재상이 로로가 똘똘말린 두루마리를 들고 나타나 임금님과 군중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서 들고 온 두루마리를 펼치며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마마 임금님과 모든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나라 최고의 인재를 뽑게 되어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시합은 정해진 시간 내에 가장 먼 곳으로 가서 깃발을 꽂고 오는 것입니다. 잠시 후 9시에 시작되며 반드시 12시 이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시계를 지참할 수 없으며 기타 말이나 마차도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습니다. 오직 걸어서 3시간 안에 가장 먼 거리에 깃발을 꽂고 돌아오는 사람이 이기는 시합입니다. 거리는 이 광장을 기준으로 계산이 되며 어떤 곳으로 향할 것인가는 모두 도전자의 자유에 맡깁니다. 아울러 각 도전자를 이 나라 학자 몇 명과 왕실 경호대가 뒤따를 것입니다.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시작 신호는 종소리로 할 것입니다. 종이 세 번 울리면 그것이 시작을 알림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으로 시합에 대한 설명을 모두 마칠 합니다.” 듣고 있던 세 명의 결승 진출자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마른 침을 삼키며 온 신경을 귀에 집중시켰다. 첫 시합에서 기선을 제압하고자 하는 의지를 눈으로 볼 수가 있었다. 수많은 시민들의 긴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를 즈음 어딘가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딩~ 딩~ 딩~ 시작종이 울렸던 것이다. 그러자 모인 군중들의 함성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키키를 연호하는 소리가 가장 컸고 간간히 타타의 이름도 들려왔다. 하지만 와와라는 이름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세 도전자는 일제히 발에 불이라도 붙은 듯 튀어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말을 탄 학자들과 왕실 경호대가 앞서지 않게 조심하며 뒤따랐다. 공부벌레 키키는 자신의 마을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음 속으로 시간을 재기라도 하듯 연신 뭔가를 옹알거리며 열심히 뛰고 있었다. 키키는 자신이 아는 그리고 익숙한 곳을 결정한 것이다. 시간을 단축하고자 평지만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한참동안 달리고 걷기를 반복한 키키는 자신의 집 뒤뜰에다가 깃발을 꽂고는 바로 돌아섰다. 모두가 익숙한 곳이었기에 지름길을 찾아 일초의 시간이라도 단축하려했다. 한편 천하장사 타타는 줄곧 달리기만 했다. 체력에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기에 마치 체력단련을 하듯 가파른 서쪽 산기슭을 향해 내달렸다. 걷지도 않았고 쉬지도 않았다. 늘 운동 삼아 오가던 길이어서 그렇게 낯선 곳도 힘든 곳도 아니었지만 뒤를 따르던 학자들과 왕실 경호대는 숨을 헥헥거리며 뒤따라야 했다. 시간을 계산해 본 적은 없었지만 자신의 판단을 믿기로 하고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저 만치 앞서가던 천하장사 타타가 잠시 멈추어 서더니 커다란 고목 앞에다가 깃발을 꽂고 있었다. 뒤따르던 학자와 일행들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크게 들려왔다. “휴~” 깃발을 고정한 타타는 쉬지 않고 곧바로 왔던 길로 되돌아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의 도전자 개구쟁이 와와는 북쪽을 향했다.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었지만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이번에 둘러볼 작정이었다. 친구들과 밖에서 신나게 놀기를 좋아하는 와와는 이상하게도 몸에 시계라도 달린 듯 제 시간에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고 제 시간에 돌아가 공부를 한 탓에 이 시합에는 약간 유리한 점이 있었다. 마치 무슨 놀이라도 하듯 북쪽 들판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즐겁게 달리고 있었다. 농사에 여념이 없는 농부들을 보았고 포도가 먹음직스럽게 익은 포도밭도 보았다. 들꽃들이 가득한 초원에서는 잠시 누워보기도 하고 갈대가 무성한 강가에서는 저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것을 가슴에 담았을까? 개구쟁이 와와는 가지고 있던 깃발을 슬며시 집어 들더니 강을 건너기 위해 있던 통나무 앞에다가 그 깃발을 꽂았다. 마치 경계를 표시하듯 말이다. 어쩌면 다음에 그 너머를 갈 거라고 다짐이라도 하듯 그 부근을 유심히 둘러보았다. 한편 시합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입구 쪽에다가 마음을 놓고 누가 일등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어떤 이는 머리가 좋은 키키가 당연히 일등을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누구는 체력이 좋은 타타가 이길 거라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키키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와와를 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몇 몇 구경하는 친구들과 부모님 외에는 말이다. 그때였다. 저 멀리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점점 그 모습이 커지자 누군가가 소리쳤다. “공부벌레 키키다.” 그러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모두의 시선이 시계 쪽을 향했다. 아직 20분가량 남은 것을 보고는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키키를 응원하던 이들의 실망의 표현 같았다. 그와 동시에 이 나라의 재상인 로로가 큰 소리로 외쳤다. “키키 도전자가 제일 먼저 도착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19분을 남기고 도착했습니다. 나머지 두 사람이 시간을 넘기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리고 얼마나 먼 곳에 깃발을 꽂고 돌아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 수군거림 사이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와다! 우리 와와가 오고 있어요. 우리 아들 와와가 온다구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와와의 엄마 씨씨였다. 얼굴 한 가득 미소를 머금고 고생한 아들에게 기쁨의 미소를 던지고 있었다. 좋아서 폴짝폴짝 뛰면서 말이다. 모두의 시선이 다시 시계를 향할 때 재상 로로의 음성이 들려왔다. “정확히 5분을 남기고 와와가 도착했습니다. 현재로선 와와가 시간을 가장 잘 지킨 것입니다.” 도착한 와와는 싱글벙글 거리며 아직도 헥헥거리고 있는 키키 옆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나서 다시 웅성거림이 있었다. 천하장사 타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커다란 울림이 들려왔다. 딩~ 딩~ 딩~ “정해진 시간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타타는 실패로 간주하겠습니다. 이것으로 첫 번째...” 재상 로로가 한참 설명을 시작하려 할 때 타타가 얼굴을 찡그리며 나타났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시계를 보았던 것이다. 10분을 초과했다는 것이 그를 찡그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타타가 자리에 앉자 재상 로로가 타타와 함께 도착한 학자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중단되었던 설명을 이어갔다. “첫 번째 시합의 우승자는 와와 입니다. 거리는 타타가 가장 멀었으나 시간을 넘긴 관계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키키는 거리가 제일 짧았으며 남은 시간도 와와 보다는 길었기에 오늘 시합은 완벽한 와와의 승리입니다. 아울러 첫 번째 시합에 관하여 마마 임금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순간 모든 웅성거림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마마 임금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여러 지도자들을 대표해서 도전자들에게 질문을 하겠습니다. 우선 키키 도전자에게 묻겠습니다. 함께 갔던 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키키 도전자는 자신이 사는 마을로 갔다고 하던데 왜 거기로 간 것입니까?” 키키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전 솔직히 많은 곳을 다녀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익숙한 우리 마을로 갔던 것입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새로운 곳으로 간다면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판단하여 그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가만히 듣던 마마 임금님이, “음... 그랬군요. 다음으로 타타 도전자에게 묻겠습니다. 타타 도전자는 서쪽 산기슭으로 갔는데 왜 거기로 갔습니까?” 힘차게 벌떡 일어난 타타가 미소를 머금으며, “제가 서쪽을 택한 이유는 우선 늘 나무를 하러 다니던 길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운동하기엔 그 만한 장소가 없거든요. 이상입니다. 임금님.” 수염을 매만지던 마마 임금님이, “음... 그랬었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북쪽을 택한 와와 도전자에게 묻겠습니다. 왜 북쪽을 택했습니까?”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던 와와가, “네 임금님. 제가 북쪽을 택한 이유는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북쪽에 대해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남쪽에 사는 저는 너무 멀어서 쉽게 가기가 힘들어 이번 시합을 계기로 이곳저곳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북쪽을 택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마마 임금님이, “음...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자 그럼. 제가 이 시합을 통해 보고 싶었던 것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시합을 결정한 이유는 바로 판단력과 대범함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을 평가하고자 마련한 것입니다. 어디를 택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시간을 지킬 것인지를 판단해서 결정해야 하고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초조함을 대범하게 이겨낼 수 있는가를 보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어떤 곳을 향할 것인가를 보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을 보고자 했습니다.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이 다 보셨다시피 첫 시합의 승리자는 이 모든 것을 갖춘 바로 와와 입니다. 이것으로 첫 시합을 마치겠습니다. 아울러 시합이 끝난 후 질문에 대한 답변도 점수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다음 시합은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임금님과 여러 지도자가 사라진 다음 모인 백성들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오늘 시합의 결과와 내일 시합에 대한 예측에 관한 이야기로 왁자지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와와가 운이 좋았던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내일과 모래 있을 시합에서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도 했다. 그렇게 수다를 떨던 사람들이 하나 둘 멀어지고 있었다. 두 번째 시합 날이 밝았다. 아침 일찍부터 하나 둘 모이던 사람들이 어느새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세 명의 도전자가 앞으로 나온 가운데 재상 로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번째 시합을 발표하겠습니다. 이 시합은 불법적인 방법을 제외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입니다. 시간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3시간이 주어지며 9시부터 12시까지입니다. 단 오늘은 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총 20대의 마차와 마부들이 결선 진출자들을 따를 것입니다. 시장도 좋고 마을도 좋고 어디든 가서 많은 사람들을 이 광장으로 데려오는 도전자가 이깁니다. 많은 분들이 이곳 광장에 모여 있지만 수많은 백성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일상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데려오는가는 여러분의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단 하나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은 제외됨을 알려드립니다. 친구와 이웃 등등. 어제와 마찬가지로 몇 몇 학자들이 각각의 도전자들을 따를 것이며 왕실 경호대도 함께 할 것입니다. 아울러 종소리가 시작 신호이며 모든 도전자가 마차를 모두 채울 경우에는 어제와 같은 추후 질문을 통해 점수가 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며 이것으로 두 번째 시합에 대한 설명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딩~ 딩~ 딩~ 출발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각 도전자가 탄 마차가 선두에 선 채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첫 번째 공부벌레 키키는 학교를 향했다. 학교에서 만큼은 키키는 늘 존경받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차에서 내린 키키는 곧바로 교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 말을 다 들은 교장 선생님이 한참을 고민하더니 입술을 열었다. “키키님의 이야기는 다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수업 중에 학생들을 함부로 데려갈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듣던 키키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제가 다른 데로 가보겠습니다. 괜히 방해가 되진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을 남기고 키키는 아무 소득도 없이 학교를 나섰다. 그리고 곧장 다음 장소를 향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부탁을 해 보았지만 모두 바쁘다고 하며 거절했다. 하지만 키키는 상대방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서 더 이상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곰곰이 생각하던 공부벌레 키키는 어딘가를 향해 마차를 이끌었다. 시장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여기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상인들은, “장사를 해야 우리 식구가 먹고 살아요.” 손님들은, “빨리 가서 요리를 해야 해요. 다른 볼 일도 있고요. 다른 분들께 부탁해 보세요.” 키키는 그들의 이야기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키키는 다시 무엇인가 결정한 듯 마차를 달렸다. 한편 천하장사 타타도 마찬가지였다. 농민을 만나면 할 일이 많다며 거절당했다. 상인을 만나면 가게를 비울 수 없다고 했다. 일꾼들을 만나면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하면 어디도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많은 거절을 당한 타타도 뭔가 결심을 한 듯 어딘가로 급히 달려가고 있었다. 드디어 정해진 시간이 다가왔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차가 있긴 했지만 세 명의 도전자 모두 무사히 제 시간에 도착했다. 공부벌레 키키는 두 마차에 23명을 데려왔다. 천하장사 타타는 한 마차에 11명을 데리고 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개구쟁이 와와는 20개의 마차 모두에 사람들을 가득 싣고 왔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지 다 세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것을 본 키키와 타타 그리고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세 사람이 데려온 사람들을 유심히 보던 마마 임금님이, “그럼 지금부터 질문을 하겠습니다. 먼저 키키 도전자에게 묻겠습니다. 데려온 사람들을 어디서 어떻게 데려왔습니까?” 그러자 키키가 머리를 긁적이며, “전 많은 분들을 만나서 사정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음을 알았기에 더 이상 부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여러 마을을 돌며 직업이 없는 여러 어르신 분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가만히 듣던 마마 임금님이, “음... 그랬군요. 그럼 다음으로 타타 도전자에게 묻겠습니다. 그분들을 어디서 어떻게 데리고 왔습니까?” 그러자 꼿꼿한 자세로 서 있던 타타가, “저 또한 키키와 마찬가지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다들 바빴고 각기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농민 몇 분과 일군 몇 분을 데리고 왔습니다. 제가 일을 빨리 마칠 수 있게 도와드리고 데리고 왔습니다. 이상입니다.” 또 가만히 듣던 마마 임금님이, “음... 그랬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와와 도전자에게 묻겠습니다. 그 많은 분들을 어디서 어떻게 데려왔습니까?” 그러자 와와가 차분하게, “저도 키키님과 타타님처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설득들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공부라는 것이 꼭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득을 했고 여러 논쟁을 벌인 끝에 어느 정도 수긍하신 교장 선생님의 허락에 따라 각 교실 당 한 명씩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같이 가기를 원한 학생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 학생들이 세 마차에 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더 많은 분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상인들은 바쁘다고 가게를 비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 차근차근 설득을 했습니다. 나라가 있어야 장사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고 말했고 이 시합이 왜 중요한지도 설명하고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약속을 하고 -잠시 외출중이니 이해바랍니다-라는 글을 쓴 쪽지를 붙이고 왔습니다. 아울러 손님들에게도 많은 이야기와 설득을 통해 이리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또 농민들에게는 이런 때가 아니면 임금님을 만날 기회가 드물 거라고 말을 했고 이것이 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상세히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모든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한 결과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를 이해해 주신 것입니다. 아울러 모두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제 부탁을 들어주신 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바랄 것은 빨리 저분들을 돌려보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다 들은 마마 임금님이, “음... 그랬군요. 로로 재상. 와 주신 분들께 금화 한 냥씩을 줘서 바로 돌아가실 수 있게 해 주시오. 마차도 제공하고 말이오.” 그러자 모였던 사람들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렇게 잠시의 소란이 있었고 모두 떠난 후에 마마 임금님이, “이번 시합은 말입니다. 사교성과 설득력 그리고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지도력을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사정이 있습니다. 그 사정을 듣고 수긍만 할 것이냐 아니면 그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능력을 가졌는가를 평가하려 만든 시합입니다. 오늘의 우승자는 여러분들이 다 보셨듯이 와와 입니다. 아울러 동행한 학자들에 의하면 키키 도전자는 상대방이 합리적인 이유를 대면 이해를 해 주었습니다. 이것은 결코 나쁜 점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부분은 아닙니다. 수많은 반대와 마주쳐야 할 때 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그들을 이끌 수 있는 것이 바로 지도자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학교와 교육에 관한 곳을 많이 다녔다고 했습니다. 물론 자신 있는 곳 혹은 자신을 믿어주는 곳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진정한 지도자가 피해야 할 덕목입니다. 모든 분야의 사람들을 두루두루 통합시켜야 하고 모두 평등하게 대할 줄 알아야 진정한 지도자로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타타 도전자는 무엇인가 일을 도와주고 저분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이것 역시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힘으로 도울 수 없다거나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해도 데리고 올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흠...” 잠시 목을 가다듬은 마마 임금님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와와 도전자는 확실히 다릅니다. 늘 친구들과 다니고 공부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를 좋아하고 만나왔기 때문인지 여러 사람들에 대해서 잘 알고 그들을 다룰 줄을 압니다. 오늘의 시합은 와와 도전자의 완벽한 승리입니다.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하루 였습니다. 혹시 두 번의 시합에서 졌다고 해서 포기하진 마십시오. 내일 있을 시합은 두 번의 시합을 합한 것보다도 더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것으로 두 번째 시합을 모두 마칠까 합니다. 내일 같은 시간에 제일 중요한 시합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이만...” 마마 임금님이 사라지자 첫 시합을 우연이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조금씩 와와의 이름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공부벌레 키키와 천하장사 타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했다. “내일 분명 대 역전극이 일어날 거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고 햇살이 따갑게 내리고 있었다. 마침내 모두가 기다리던 마지막 시합 날이 밝았다. 온 나라가 새로운 인재를 맞이한다는 기쁨에 잔뜩 들떠 있었다. 이 나라를 대표할 인물에 대해 논하느라 광장은 금세 시장처럼 소란스러워졌다. 공부를 최고로 잘하는 키키가 마지막 시합에서 이겨서 전세를 뒤집을 거라는 추측이 있었고, 힘이 장사인 타타가 괴력을 발휘해 역전시킬 거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시합을 이긴 와와를 인정하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것저것 배우고 익혀야 할 나이에 놀기를 좋아하는 개구쟁이 와와는 그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재상 로로가 또 다시 두루마리를 들고 나타나자 일순간 소란스러웠던 목소리가 쥐죽은 듯 잠잠해졌다. “흠... 흠...” 잠시 헛기침을 하던 로로가 두루마리를 펼쳤다. “드디어 마지막 시합을 발표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세 분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인재임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어제 마마 임금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이번 시합은 두 번의 시합보다 훨씬 중요하고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 과제를 발표하겠습니다. 최종 관문은 바로 세 개의 우물에 있는 물을 모두 퍼내는 것입니다. 그 물이 다 사라지면 주어진 과제를 완료한 것으로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상 로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로로 재상은 말을 이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삽이든 도끼든 뭐든 원하시면 제공해 드립니다. 아울러 각각의 도전자에게 3명의 일꾼들을 붙여주었으니 그들이 함께 일을 도와줄 것입니다. 이 시합 역시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의 시합보다는 긴 6시간이 주어집니다. 세 개의 우물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도전자가 어떤 방법을 쓰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로로 재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숨을 쉬며 키키가 입을 열었다. “로로 재상님. 그건 불가능합니다. 우물은 지하수입니다. 지하수의 양이 얼마나 많은데 그 짧은 시간에 그것을 다 퍼낸단 말입니까? 퍼낸다 하여도 분명히 다시 채워질 것입니다.” 가만히 듣던 재상 로로가, “그렇게 힘들기 때문에 첫 번째와 두 번째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온 광장에서 한숨 소리가 번져갔다. 그리고 뒤이어 로로가, “종소리를 시작 신호로 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마지막 세 번째 시합에 대한 설명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키키는 머리를 긁적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타타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와와 역시 왼손을 머리에 갖다대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휴~” 키키의 한숨이 들려왔다. 딩~ 딩~ 딩~ 그 한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세 사람은 각자의 안내자를 따라 우물로 향했다. 제일 먼저 서쪽 우물에 닿은 타타가 우물에 들어있는 양동이를 가지고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물을 퍼 올려 바닥에 뿌렸다. 옆에서 또 다른 일꾼들도 우물곁에 서서 타타와 같이 물을 퍼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또 한 시간을 열심히 움직였다. 하지만 물은 약간씩 주는가 싶더니 어느새 가득 채워졌고 또 어느정도 주는가 싶더니 다시 채워졌다. “반드시 다 퍼내고 만다!” 이 말을 대내이며 타타의 근육은 쉴 틈이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체력에는 자신 있던 타타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도 안 돼. 이런 되지도 않는 일을 하라고 하다니. 난 못해. 더 이상 난 못해.” 그의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타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한편 남쪽 우물에 있던 키키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한동안 팔짱을 끼고 우물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멈추더니 땅에다가 무엇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공부벌레 키키가 안내자에게 소리쳤다. “튼튼한 나무 세 개와 양동이 10개 정도를 더 주세요. 그리고 우물 바닥까지의 길이의 두개가 약간 넘는 철로 된 사슬도 함께 주세요. 못과 망치와 철사 그리고 톱도 함께요.” 키키의 지시가 떨어지자 일꾼들과 안내자들이 황급히 뛰어갔다. 그리곤 곧 모든 장비를 들고 나타났다. 그러자 키키는 사슬의 양쪽 끝을 연결시켜 원형으로 만들었다. 그런 후에 양동이를 일정한 간격으로 사슬에 메달았다. 철사로 튼튼하게 묵었지만 양동이가 움직일 수 있도록 약간의 틈을 두었다. 또한 우물 양쪽에 튼튼한 나무 두 개를 박았다. 그리고는 양쪽 나무 사이에 또 다른 둥근 나무를 놓았고 연결된 사살을 가운데 나무에 끼웠다. 그리고는 가운데 나무와 옆에 나무를 못으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양동이가 잔뜩 달린 철로 된 사슬을 우물에 던졌다. 그것이 마치 빨랫줄에 걸린 고무줄 모양이었다. 튼튼하게 연결된 나무 사이에 놓인 고무줄모양의 사슬의 끝이 우물에 닿아 있었다. 사슬의 끝이 물에 잠기면서 함께 달려있던 끝 부근의 양동이가 기울어져 물에 잠겼다. 그렇게 물이 저절로 양동이에 담겼다. 그러자 키키는 일꾼들에게 사슬을 한쪽 방향으로 돌리게 했다. 그러자 물이 담긴 양동이가 하나씩 올라오면서 반대쪽 양동이가 다시 물에 잠기며 물이 채워졌다. 그렇게 물이 채워진 양동이가 올라오면 한 일꾼이 그것을 바닥에 들이 부었다. 그리곤 다시 사슬을 돌려가며 그 일을 반복했다. 그러자 한꺼번에 많은 물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끌어올려도 우물물은 다시 채워졌다. 그러자 키키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에휴~” 그리고 또 한 사람의 도전자 개구쟁이 와와는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혼잣말처럼 무엇인가를 되뇌면서, “방법이 있을 거야. 난 할 수 있어. 방법이 있을 거야. 난 할 수 있어... 우물물을 다 퍼낸다. 우물물이 다 사라진다. 우물물이...”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와와가 토끼가 폴짝 뛰듯 벌떡 일어났다. “그래! 그거야. 하하하.” 그러더니 안내자에게 소리쳤다. “저에게 많은 흙을 가져다주세요. 그리고 그 흙을 저 우물에 부으세요.” 개구쟁이 와와의 지시에 일꾼들이 흙을 퍼 와서 우물에 조금씩 채우기 시작했다. 우물을 흙으로 메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판만큼의 흙을 채우면 되는 것이다. 흙이 조금씩 채워지는 것을 보며 와와의 볼에 점점 더 큰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딩~ 딩~ 딩~ 마침내 약속한 시간이 끝났다. 세 사람은 각자 안내자의 지시에 따라 마마 임금님과 군중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한 밤의 호수마냥 조용했다. 들리는 소리라곤 마른 침 삼키는 소리뿐이었다. 그 침묵을 뚫고 나온 것은 마마 임금님의 목소리였다. “모든 결과를 보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도전자에게 질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타타 도전자는 어떤 방법을 썼으며 왜 그 방법을 택했는지 말씀해 주세요.” 그러자 건장한 체구의 타타가 일어나 대답했다. “전 재상 로로님이 말한 대로 했습니다. 끊임없이 양동이를 던져 물을 퍼냈습니다. 비록 물은 줄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가만히 듣던 마마 임금님이, “음... 그랬군요. 아주 평범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런데 중간에 포기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대답대신 타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마 임금님의 말이 이어졌다. “그 다음 키키 도전자에게 묻겠습니다. 어떤 방법을 썼으며 왜 그 방법을 썼는지 말씀해 주세요.” 짧은 한숨을 내쉰 다음 키키가, “휴... 전 한꺼번에 여러 개의 양동이를 연결해서 시간을 줄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우물물은 다시 채워져서 줄지 않았습니다. 이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가만히 듣던 마마 임금님이, “음... 그랬군요. 만약 제한시간 없이 지하수를 모두 퍼낸다면 타타 도전자보다는 빠른 시간에 완료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실패한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이 아주 많답니다. 더구나 지도자의 위치에 오려면 해답이 없는 문제가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답니다. 마치 책에서처럼 정답이 다 정해져 있다면 이 세상은 참으로 살기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공부벌레 키키의 입에서 다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약간의 미소를 머금으며 마마 임금님이, “마지막으로 와와 도전자에게 묻겠습니다. 어떤 방법을 썼으며 왜 그 방법을 택했습니까?” 잠시 침묵하던 와와가 차분하게, “전 다르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우물물을 다 퍼낸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많은 다른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전 제 자신을 믿습니다.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외치며 고민한 끝에 번쩍하고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그건 다른 게 아니라 사람들이 흙을 파내서 우물을 만들었듯이 그 반대로 사람들이 파낸 흙만큼 다시 우물을 채우면 우물물을 다 퍼낸 거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우물물이 다 사라졌으니까 말입니다.” “!” 하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미소를 머금은 채 마마 임금님이, “그런데 만약 흙을 다 채웠는데도 물이 그 흙 사이로 새어나왔다면 어떻게 할 것니까?” 잠시 생각을 한 와와가 차분하게, “그것은 우물물을 다 퍼낸 것이나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분명 더 이상 우물물이 아닌 강처럼 땅 위를 흐르는 물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이 혀를 내둘렀다. 어떤 이는 고개를 쉼없이 끄덕였다. 손뼉을 치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그러자 마마 임금님이, “참으로 훌륭한 방법입니다. 임금인 저보다도 더 옳은 결정을 하였습니다. 최종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저와 여러 대신들이 무엇을 판단하고자 이 과제를 택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우선 난관이 닥쳤을 때 그것을 헤쳐 나갈 능력이 있는가를 보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실패를 겪었을 때 그것을 극복할 능력이 있는가를 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려움이 닥쳤을 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느냐 혹은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느냐를 알기위해 선택한 시합이었습니다. 오늘은 참으로 행복한 날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백성들에게 이 나라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 귀중한 순간입니다. 여러분들이 보셨듯이 모든 과제를 지혜롭게 해결한 우리 와와님이 이 시합의 진정한 우승자임을 선언합니다!”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함성소리가 퍼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들 이 나라 최고의 인재로 와와를 인정해 주고 있었다. 공부도 체력도 지혜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가슴깊이 새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마마 임금님이 와와의 눈을 바라보며, “한 가지 물어봅시다. 어디서 그런 지혜가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우리 와와님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와와가 대답했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자유로운 생각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들판을 뛰놀며 전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을 배웠고 자유롭게 사는 법도 배웠습니다. 남들은 그저 논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첫 번째 깃발 꽂기 시합에서처럼 전 뛰어놀며 새로운 환경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곳 혹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에 대해 도전해 보고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시합에서처럼 전 많은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이런 것은 책에서는 결코 배울 수가 없습니다. 그저 대충 이해할지 몰라도 몸으로 느끼는 거랑은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시합에서처럼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며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책으로 아무리 공부를 한다한 들 직접 그런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몸으로 익힌 거랑은 비교가 안 될 것입니다. 머리로 익힌 것은 쉽게 잊히지만 몸으로 느끼고 경험한 것은 그렇게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은 누군가의 지식과 경험이 들어있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기가 힘이 듭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생각을 하게 되면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나만의 생각이 만들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인 것입니다. 너와 나를 비교할 수 있는 진정한 나인 것입니다.” 마마 임금님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흠...” 듣던 군중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처음에 키키를 우승후보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이다. 공부 1등이 세상의 1등이라고 믿었고 오직 공부 1등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뿐 아니라 힘이 세면 그것 또한 최고로 여기던 생각도 많았던 것이다. 자유롭게 뛰어놀며 온 몸으로 공부하는 그 놀라운 교육의 중요성을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마마 임금님이 와와의 빛나는 눈을 보며, “자, 이제 약속한대로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습니다. 와와님의 소원이 무엇입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와와가 준비라도 한 듯 차분하게, “전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습니다.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요즘 이 나라 아이들은 모두 아주 어릴 적부터 책, 책, 책...... 공부, 공부, 공부...... 이렇게 길들여지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자유를 빼앗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익히기도 전에 남의 생각들로 가득 채우려 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밖에서 뛰어놀면 책에서 배우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을 몸으로 마음으로 배웁니다. 단지 그것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다하여 아무것도 아닌 그저 논다고들 하는데 그런 생각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모두들 같은 책을, 같은 공부를 시킨다면 약간의 개인차는 있겠지만 모두 비슷비슷한 사람이 됩니다. 그것이 어찌 자기 생각을 가진 인격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수학문제 몇 개를 더 알고 덜 알고 그 차이일 뿐 모두 같습니다. 왜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가르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물론 옆에 나라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앞서가야 하겠지만 그 방법이 틀렸습니다. 어릴 때부터 독창성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자유를 억압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각기 다른 추억도 쌓고 다른 경험도 하고 말 그대로 다양한 사람으로 키워야지 왜 한 가지 사람으로만 키우려 합니까? 그게 진정 올바른 교육이 아닐까요? 제발 그것을 막지 말아주세요. 제가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12살 이전에는 학교교육 외에 그 어떤 교육도 금지시켜야 합니다. 각자가 독립된 인격체로 자랄 수 있게 말입니다. 그 이전에 하는 모든 교육을 최고의 형벌로 다스려 주십시오. 이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일명 12세 이하 교육 금지법을 만들어 주십시오. 이상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그 누구도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대꾸할 수가 없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와와가 이야기하는 사람이 바로 그들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긴 긴 한숨을 내쉰 마마 임금님은 뭔가 다짐을 한 듯 또렷하게 외쳤다. “알겠습니다. 오늘부터 12살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는 학교교육 이외의 모든 교육을 금지토록 하겠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최고의 형법로 엄히 다스릴 것입니다.” 그날 이후, 자유를 찾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온 나라에 울려 퍼졌고 그것이 부모들에게 전염되어 온 나라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 출처 = www.dog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