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영혼"을 가진 곰돌이 인형이 있었습니다.
곰돌이 인형은 다른 인형들과는 다르게,
하루 종일 인형 가게의 진열대에 앉아 있는 자신의 처지를 미워했습니다.
그래서 곰돌이 인형은 달이 떠오르는 밤마다 기도하였습니다.
'달님, 제 갑갑한 육신을 떨쳐내버리고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던 어느날 밤, 달님의 요정이 곰돌이 인형에게 찾아왔습니다.
"나는 너의 소원을 들어주러 왔단다. 그런데, 너의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니?"
"예, 물론이에요. 저는 이 갑갑한 인형의 육신을 떨쳐내버릴수만 있다면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아요."
"그래? 그렇다면... 너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할게."
곰돌이 인형은 지그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곰돌이 인형은 땅바닥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그 영혼이 인형의 밖으로 뛰쳐나올 때의 충격으로 진열대에서 미끄러진 것입니다.
영혼은 처음으로 두둥실 하고 떠오른 자신의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리 저리 몸을 움직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영혼은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저 바람이 흐르는 대로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혼란스러워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영혼에게
저 밑 땅바닥에서 곰돌이 인형이 말했습니다.
"이봐, 나 자신을 포기해버리면 자유고 뭐고가 다 무슨 소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