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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한 마리의 넋두리 (1)

오토즈레…     날짜 : 2009년 12월 11일 (금) 11:48:52 오후     조회 : 5460      

 포도 넝쿨 아래로 숨어들었던 여우 한 마리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아마 사냥꾼을 피해 몸을 숨겼던 것일게다. 바스락 소리도 죽여가며 사냥꾼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던 여우는 마침 배가 고파 포도를 먹고 싶어졌지만 그러지 못했다. 자신을 숨겨준게 고마워서 안 먹은 것이 아니라 능력 부족으로 못 먹은 것이다. 그러면서 말한다.
 '저 포도는 무척 실거야.'
 자기 위로였겠지만 참으로 절묘한 주절거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득 믿고 싶어지는 거다. 그 여우는 신 포도를 정말 싫어했던 것이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달콤한 포도라는 걸 알았다면 기어코 먹어보이고야 말았을 것이라고.
 요즘 나의 생활은 포도 넝쿨 아래의 여우와 같다. 사냥꾼을 피하고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생각에 들어와 있는 것이지만, 그래서 포도가 아니라 그것이 단지 담쟁이 덩굴이라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는 여우와 같다. 절묘한 변명을 스스로 지어내고 있는 것도 여우와 같다.
 그 여우가 어떻게 되었더라? 포도를 먹겠다고 바스락거리다가 사냥꾼에게 발각되었던가. 그래서 목숨이 다시 위태로워졌던가. 아니면 기어이 총에 맞았던가. 그렇다면 포도넝쿨이 지나치게 잔인한 것이다. 어차피 먹지도 못했는데, 불쌍히 여겨줄 수도 있었던게 아닌가.
 의도하지는 않았으되 나의 눈에 들어오는 포도송이들이 있다. 내 몫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욕심따위는 내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탱글한 포도알들이 햇살 아래 반짝이고 있다. 달콤하게 여물어가고 있다. 나는 포도가 탐나게 된다. 그런데, 손을 내밀어 따 보려고 해보았자 내 팔의 길이가 짧음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미리 겁을 낸다. 그래서 손을 내밀어본 적도 없다. 포도를 먹겠다고 폴짝거리던 여우보다 못하다. 그는 헛되었지만 노력을 해 본 것일텐데. 나는 나 혼자밖에 볼 사람도 없는데도 폴짝거림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저 포도는 내 몫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라며 여우보다 더 비겁한 말들을 지어내고 있다. 싱그럽게 빛난다는 생각만으로 내 손아귀에 들어오는 포도따위는 없다. 그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안다는 사실 하나에 만족하고 있다. 그건 현명한 게 아니라 비겁한 것이다. 그걸 안다. 그리고 슬슬 부아가 난다.
 아주 오랜 옛날의 동화라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 여우는 죽었을 것이다. '아, 이건 지나친 처사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으니까. 여우가 단지 포도를 먹으려했다는 이유만으로 발각이 되고, 은혜를 몰라서 죽었다는 그 의도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동화를 탓하고 싶다. 이것 때문에 혹은 저런 이유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분수를 알아야 하니까. 은혜를 저버리면 안 되니까. 내게 주어진 운명이 있으니까. 또, 너무 많이 애쓰면서 살 필요는 없으니까. 하는 이런 저런 잡다한 변명 속에서 나는 동화 속에 나오는 것보다 더 비겁한 여우로 세월을 보내기만 하고 있다.
 나의 주변에 사냥꾼은 없다. 하지만 내 안에 더 무서운 사냥꾼이 있다. 게으른 변명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냥꾼이 총을 들고 나올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헛되이 시간을 보낸 죄로 나는 동화 속 세상으로 몰려 들어갈 지 모른다. 무엇이든, 하다못해 배은망덕하게도 포도라도 따 먹으려고 움직여보라는 화난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 때 나는 어떻게 할까.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덜 여문 것 같은 포도 송이라고 따 들까? 그리고 아직 사냥총에 맞기 전의 여우에게 그 포도를 내밀까?
 '이 포도는 정말 시어 보인다. 하지만 그 신맛을 네가 직접 확인하는게 나아.'
 그러면 여우가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그건 너의 포도야. 네가 땄거든. 난 내가 발돋움해볼게.'
 그 때 마침 등장하는 여우의 사냥꾼에게
 '여기에 배은망덕한 여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여기에는 발을 움직여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 생명들이 존재할 뿐이야.'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리고 삭막한 동화 속에 여우의 사냥꾼과 나의 사냥꾼과 신 포도를 남기고 나와 여우만이 돌아올 수 있다면. 그러면 어쩌면 나는 포도 넝쿨 아래에서 나와 햇살이 비치는 하늘 아래 두 발로 설 수 있을텐데. 나의 사냥꾼은 어느 정도 화가 나 있는지, 나의 동화 속의 여우는 아직은 죽지 않았을지, 나는 과연 저 넝쿨을 젖히고 밖을 내다 볼 용기가 있을런지. 지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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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잘 보았습니다. 동화에대한 비평과도 같은 글이군요.
일단 동화는 고마움에 대한 마음을 뜻하는 것인것은 다들 알고 있을꺼에요.
하지만 님은 그것보다 먹지 못하는 여우를 보셨군요. 색다른 시선이 신선하군요.
저도 많은 변명을 했지요. 내가 못가지는 것들에 대한 변명.
그런데 지금와서 보면 못가지는것들에 변명이 아니었더군요. 그건 내가 가지려고도 노력하지 않는 변명
이었드랬죠.
그래서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새'에서 잭니콜슨이 한말이 늘 내 무의식속에 맴도나 봅니다.
"그래도 나는 노력은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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