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데도 그냥 보냈었는데 이제 그 사람 없으니 내가 죽어요.
그 사람 발목 좀 잡아 주세요.
나 여기서 죽기 싫어요, 나 살고 싶어요.
이 세상의 산소를 모두 앗아간 사람.
그 사람 좀 잡아주세요, 날 살려 주세요.
한창 단풍이 들었을 때였죠. 내 사랑이 끝난 건.
그리고 지금은 나뭇가지가 매말랐네요. 겨울이 왔다는 거겠죠?
많이 차가워진 날씨, 그만큼이나 차가워진 기억.
얼어붙은 사진의 날카로운 그대, 날 사랑했던 그대
이제 그대 없어 죽어가요 나.
보고 싶어요 내 사람, 내 추억속의 사람이 아니라
온기 가득한 정말 내 사람이 보고 싶어요.
난 기억에서 살고 싶지 않으니까, 난 살아있으니까,
그러니까 당신도 살았다고 믿으니까,
누군가 우리를 이어주면 만날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니까, 그렇게 될 거니까.
내가 살아있다면, 내가 믿는다면, 우리가 만날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험한 길 떠나 서로를 버리던 그 때의 시간을 돌릴 수 있으니까.
우리 만나야 해요.
금세 돌아서서 무작정 달음질 치던 그의 그림자라도 제게 쥐어 주세요.
우릴 살려 주세요.
사랑보다 더한 보물이 없다 했죠, 당신들이.
그러니 잡아 주세요.
무섭게 흘러가는 검붉은 강물의 괴성도 난 들리지 않아요,
죽일듯 달려오는 맹수의 헐떡임도 난 보이지 않아요, 그 만 보여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뜨거운 이 사랑만 알겠어요.
그댈 보내주세요, 제발…….
나 이 땅에 죽어 새겨지면 씻기지 않은 핏자국으로 멍울질 내 함성
도란도란 떠들어댈 아이들의 목소리도 온통 아프게 만들어 버릴 내 핏덩이
날 살려주세요, 제발…….
하늘로 가지 못했을 그를, 이제라도, 지금이라도 잡아주세요.
한 계절을 건너 십년이고, 백년이고 기다릴 내 엽겁의 세월이
아깝지 않으니, 혼으로 떠돌 그의 영혼, 제 품에서 잠들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