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가는 보금자리를 보면서.
보금자리는 커서 좋은 것이다. 보다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커가는 보금자리를 보면서 나는 섭섭함과 더불어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보금
자리는 클 수록 좋은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본디 내 보금자리는 크지 않았
던 탓이다. 보금자리가 작아도 내겐 충분히 큰 곳이었고 마음이 쉴 수 있는 숲
속이기도 했다. 가끔 엷은 잎사귀 사이로 따가운 햇살이 비칠지라도 그것마저
도 아름다운.
커가는 보금자리를 보면서 나는 시간이 흘렀음을 느낀다. 어느새 떠나갈 때가
되었는가. 이제 그 보금자리는 또다른 사람들의 고향이 되어 더욱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나는 기억하고, 그리고 먼 곳에서 지켜보게 될런지도 모른다. 변
함없이 꿈꾸는 내 보금자리의 웃음을 바라보면서 멀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