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이 한 이틀을 쉬었더니
소주 생각이 간절하여
동네 소주방을 찾았다.
역시 소문대로 감자탕 한 그릇에
우러나는 감칠맛은
단번에 소주 한 병을 비울 정도로
내입맛을 자극한다.
주모가 바뀌었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장사가 잘 안돼
그만둔 이쁜이 누부에게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있어
통 발걸음하기가 쉽지 않은 터였다.
술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대화꺼리도 정치 경제 사회문화 철학을 넘나드는
술상 분위기가 제법 무르익을 즈음
일손을 도우러 왔는지 이쁜이 누부가
제철을 만난 꽈 메기 한 접시를
내어놓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불혹에 들어선 지 한참이나 되었어도
세월을 비켜간 그 고운 얼굴을 빗대어
이쁜이 누부라고 불렀는데
오랜만에 본 탓일까 그 곱던
누부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인 듯
몇 가닥의 주름살도 베어있고
거칠어진 손마디에선
험준한 세상풍랑의 파고가 느껴진다
못본새 많이 늙었다며
농담을 건네자
누부는 대수럽지 않다는 표정으로
오는 세월을 어떻게 속일 수 있냐며
그사이 나보고도 늙었다며 웃으며 말한다
모나리자의 미소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만이
누부의 옛 정취가 묻어나고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세상을 이겨낸
중년부인으로서의 아름다움이 진하게 베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