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시작된 대학원생활도 한달이 다 되어가고 있어.
실제로 얘기하며 5년만이지만 낯설고 두려운 마음은 딱 십년 전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의 그때와 비슷하다랄까
같은 학교라서 낯익은 강의실도 낯익은 교수님도 있지만 낯설고 어려운 것이 더 많은 생활이야.
학생증을 만드는 것부터 도서관에 대출하는 거며 열람실을 찾아나니는 것
조금은 두근거리고 조금은 이 나이에 헤메냐며 혼자 우습기도 하고...
그런데 제일 안되는 것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낯익었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제 갈길을 가버리고 나만 홀로 나이들어 찾은 학교엔 못보던 파릇파릇한 친구들만 있고 모두 빛나게 살아가는 것 같아보였어.
우리대학원은 특수대학원이고 야간수업이라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 수업을 듣는 사람들도 다 바쁜 사람들 같고..뭐 다가간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왠지 움츠려들어.그냥 낯설고 조금은 어색해서 혼자 맴도는 시간. 혼자 수업듣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밥먹고...
왠지 예전에 봤던 일본영화 4월이야기가 생각났어.
낯선 도시에서 동경으로 유학을 왔던 대학 신입생의 이야기.
좋아하는 선배를 따라 무작정 이 대학으로 오게된 그녀는 처음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사귀지 못하지만 점점 일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나중에는 좋아하하던 선배와도 재회하게 되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지던 그녀처럼 나도 이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이 3월의 길모퉁이를 돌아
벚꽃 만발하게 흐드러지는 4월엔
누군가와 웃으면서 이야기 하고 있을까?
아님 여전히 혼자 도서관을 맴돌며 옛 생각에 잠기고 있을까
뭐 조금은 처량한 넋두리지만 사실은 괜찮아.
수업을 들을 수록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언어학과 교육학에 대한 의문들
그리고 이미 레포트로 나온 둑껍전 필사본이 나를 바쁘게 만들고 있으니까
그 것만으로 아직은 괜찮아
수업을 마치고 북문으로 나오려다 보게되는 낯익은 인문대가,
그 인문대 옥상너머로 보이는 밤하늘과 달과 별이
오렌지색 가로등불과 어우러져 나를 감동시키니
아직은 좋아
모든 것이 낯익지만 낯선 새로움.
그 것에 흥분하고 두근거리는 시작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