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소…
날짜 : 2000년 08월 26일 (토) 11:16: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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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떨구고 나면 살만 해 지려나
이제는 그리운 이름도 없고
나를 그리워할 이는 더더욱 없으리.
나는 의도대로 미천해졌다.
추억도 남지 않을 자리에
행여 욕지거리 같은 미련이 남을까봐
되지도 않는 이성애의 인간을 흉내도 내어봤다.
그들은 곧잘 묻는다.
빛 좋은 애정에 감지덕지는 못할 망정 그들은 항상 묻는다.
그러면...
그냥 좋댄다.
모두 좋댄다.
그건 답이 될런지도 모른다.
버려진 시간에 그들은 그런 답을 가졌겠지.
그냥 싫어.
내 모두가 싫어.
내가 받았을 모욕과 절망
거치른 파도 위에, 뜨거운 모래 위에
고스란히 물려주고
돌아올 집에서
난 곤히 잠을 잘 테지.
때가되면 저 깊은 침묵 속에 묻힐 테고.
나는 본 모습을 찾았나보다.
미천한 내 모습을 이제야 보게 되었나보다.
아무도 보지마.
아무도 곁에 오지마.
그럼 아무도 나를 떠나지 않을 테니.
미천한 나.
하지만...
여전히 사랑을 믿는다.
언제가
다시 시작 될 나의 사랑을 믿는다.
아름답다는 사랑...
온전히 표현되어도 부끄럽지 않은
그들의 사랑처럼
쓸쓸하지 않을 사랑 나의 사랑을...
민서...
'돌아올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나는 고민했었지.
나마저 모질었을 너의 사랑에 이제서야 쓰리게 울어주고 있다.
내 가진 사랑처럼 너도 누군가를 사랑한 것뿐인데 너의 사랑은...
신기한 우주인의 모양처럼... 동물원의 갇혀진 구경거리 원숭이처럼
왜 그토록 서럽게 고개숙여야만 했었는지...
그댄 아직도 나의 친구를 욕할텐가.
다수의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라며
그대 지금 빗나가있는 나머지 사랑을 비난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딴건 사랑이 아니라며
그대 지금 오만한 코웃음을 치고있지는 않은지...
그대가 가진 애틋하고 소중한 사랑처럼
어떠한 사랑이든... 사랑하는 대상이 누가 되든
그 가슴은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것.
...
쓸쓸히 식어진 나의 친구
먼 곳에서...
내 몫까지 행복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