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소…
날짜 : 2000년 08월 26일 (토) 11:15: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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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저 나를 버린다
산이 나를 오라해서
모든 것 버리고 산으로 갔더니
산마저 나를 돌아가라 한다.
저 산은 자꾸만 내게서 돌아눕고
나는 자꾸만 산쪽으로 돌아눕고
문득 산안개 가려 길 보이지 않네"
영원을 꿈꾸지만 부서지기 쉬운 삶...
이제 난 한구석 남김없이 재가되어 버려야지...
예전의 내 모습그대로만 기억해 주길...
바닷속 소금처럼, 사진기안의 필름처럼
우리의 오랜 우정은 그렇게 너와 날 묶어 두었잖니.
그때의 모습으로 너의 가슴에 남겨주길...
'민서야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니'
가슴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 했다.
'제발 아니길... 설마 아니겠지... 그래 아닐꺼야'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무리 달래보아도 내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민서의 숨찬 비
명소리...
떨리는 손은 멈추질 않았고 난 자꾸만 두려워졌다.
지금... 민서는 너무나 위험해 보인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소리에 가슴이 내려앉는 듯 했다.
"네... 여보세요"
"......"
"누구야... 민서니?... 너 민서지!"
"한울아..."
거칠게 울고있는 서라... 서라였다. 서라의 울음소리가 내 가슴을 한번 더 쓸어내린
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민서가... 민서가..."
"민서가 뭘... 뭘 어쨌다는 거야. 민서가 돌아오기라도 한거야?"
한없이 목놓아 울고있던 서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서둘러 찾아간
민서의 집에... 민서는 돌아와 있었다.
싸늘히 굳어진 채로 새하얀 헝겊에 싸여 그렇게 민서는 우리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옆에 곱게 접혀진 편지 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