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team" 제 2회
이 글은 픽션이므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초열은 지금 집에 가고 있는 중이다. 아, 고교 졸업 이후 이렇게 신나는 귀가길이 있었던가. 취직시험에 당당히, 그것도 1등으로 합격을 하다니. 간만에 웃는 얼굴로 하루를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초열은 자택의 정문앞에 다다랐다. 열쇠로 문을 열고 현관을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너무나도 우렁찬 목소리에 초열의 아버지 고두정과 동생 고미열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오, 오빠..."
고초열은 잽싸게 달려가서 동생 고미열을 단숨에 껴안았다.
"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내 동생."
고초열은 고미열의 볼에 뽀뽀세례를 마치 나이아가라 폭포의 물떨어지는 것처럼 퍼부었다. 고두정은 너무나 놀랐다.
"초열아. 시집간 다 큰 처녀한테 그게 무슨 짓이냐."
고초열은 그 말을 듣고 뽀뽀를 멈추었다.
"아부지. 이 세상에 시집간 처녀가 어딨습니까? 시집갔으면 이제 아줌마라고요. 하여간 내 언어구사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다 유전이라니까...."
"하여간!"
"오빠. 무슨 좋은 일 있어? 혹시...."
"맞아 미열아. 나 특채 붙었어. 그것도 수석으로..."
"어머, 정말?"
고두정도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정말이냐? 시험이란 시험은 언제나 꼴등이었던 네가...?"
"하하, 아버지 다행히 필기 시험이 없었던게 승리의 중요한 요소였죠."
"그것 봐, 오빠. 내가 될 거라고 했잖아."
"햐 얘가 또 말을 바꾸네. 언제 너가 될 거라고 했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했지."
"후훗, 솔직히 안될 가능성이 높긴 높았지. 내가 예의상 오빠한테 희망을 주기위해 그런 식으로 말을 하긴 했지만."
"어쭈, 요것 봐라."
두 오누이의 대화를 보면서 고두정은 흐뭇하게 웃었다.
"하하, 하여간 다행이다. 이제 초열이도 어엿한 직장인으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게 되겠구나."
"흐흐흐흐흐. 공헌 뿐입니까? 이제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해적들을 이 손으로 몽땅 소탕하여 공적을 인정받은 다음에 나중에 대통령 후보에도 출마할 거라구요."
"아유 오빠. 어쩌다 취직시험 한번 붙은 거 가지고 기고만장할거야?"
"이것아. 어쩌다 붙다니? 난 엄연히 1등으로 당당하게 붙었다구. 경쟁률이 자그마치 85대 1이었고."
"하하, 그래 얘들아. 이제 그만 해라. 너희들이 아웅다웅하는 모습도 몇년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구나. 오늘 저녁은 우리 초열이 취업도 기념할 겸. 피자 파티나 열자꾸나."
"어머, 아빠 정말요?"
"우와, 좋죠 아부지. 가장 큰 걸로 시켜도 돼죠? 미열아, 저 현관 앞에 피자집 스티커 있으니까 그거 보고 시켜."
"알았어 오빠."
고미열은 전화 수화기를 들고 피자를 주문하고 있었다. 고두정과 고초열은 거실소파에 마주 앉았다.
"이제라도 취직이 되었으니 다행이다. 그것도 특수직업인 경찰이 되었으니..... "
"아이고 아부지, 그 동안 취직하려고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몸서리 처지네. 시험이란 시험은 다 떨어지고.... 어쩌다 잡은 아르바이트 자리도 이틀만에 쫓겨난 적도 있고 말이예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늦어진 것도 아니란다. 요즘 시국이 워낙 취직이 안되는 상황이다 보니.... 30이 넘어서도 취직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느냐?"
"뭐, 그렇긴 그렇죠."
"하여간 이제부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도록 해. 이제야 너희 어머니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겠구나."
그 말을 듣자 고초열은 잠깐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참 아버지도, 돌아가신 어머니 얘기는 뭐하러 해요."
"......"
"테레비나 보죠 아부지."
"그래, 뉴스할 시간이다. 한번 틀어 봐라."
고초열은 리모콘 스위치를 눌렀다. TV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물에 빠진 동생을 구하려다 누나까지도 익사를 했다는 소식입니다. 두 오누이는 어려서부터...."
"어이구, 저런. 조심하지 않고..."
고두정은 안타까워 하듯이 말했다. 고초열도 탄식을 했다.
"내가 그자리에 있었으면 구해냈을 텐데...."
"다음 소식입니다. 신축중이었던 경비선 대정 1호가 시범 운행중 기관 결함으로 침몰했다고 합니다."
브라운관에는 침몰한 배의 모습이 비춰졌다.
"야, 저 큰 배가 가라앉았단 말이야? 정말 아깝네."
뉴스 앵커는 말을 계속 이었다.
"대정 1호는 국내에서 건조되었던 경비선중 역대 최고의 성능과 규모를 자랑했었던 것으로서 해양군사력의 유례없는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시범운행 중 어이없이 침몰하여 한국 군수 기술의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기관실의 중요한 동력 장치중 하나에 미세한 균열로 인해 연료 저장 탱크에 무리가 가게 되어 폭발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정 1호가 담당할 구역인 흑산도 해상지역의 경비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어쩌고 저쩌고......"
방금 뉴스 멘트를 듣고 고초열은 문득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흑산도? 흑산도라고?
"아버지, 있잖아요."
TV를 보던 고두정은 고초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냐?"
"약간 불안한데... 제가 근무하게 될 곳이 흑산돈가... 거제돈가 하는 .... 하여간 섬이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뭐라고? 방금 뉴스에서 흑산도라고 하지 않았냐?"
"그.. 그랬던 거 같애요."
"그... 그럼."
고초열과 고두정은 동시에 불안한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따르르르릉!"
전화가 울렸다. 고미열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예, 맞습니다. 잠깐 기다려주세요."
고미열은 고초열을 쳐다보았다.
"오빠 찾는 전환데..."
고초열은 서둘러 수화기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그래 부생이냐?"
"그래, 나다. 혹시 방금 뉴스 봤어?"
"어, 봤어. 혹시 그럼?"
"그래 임마, 그 가라앉은 배 원래 너가 타기로 돼 있는 거잖아. 흑산도 해양경비선."
"젠장, 설마했더니 불길한 예감은 딱 들어맞는군."
"하여간 내일 가보자 어떻게 되는지."
"그... 그래 고맙다."
고초열은 전화를 끊었다. 눈치를 챈 고두정이 말했다.
"혹시 그 배가 너가 타는 배냐?"
"맞아요 아부지. 젠장 어떻게 따낸 취직자리인데. 이런 일이..... "
"자자, XX아파트 옆에 두번째 파란지붕 집이다."
"예예, 알았어요. 지금 갑니다."
사쾌달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오토바이 손잡이를 당긴다. 그는 2년째 피자배달을 하고 있다. 이제 그는 가장 실수가 적고 속도가 빠른 배달꾼으로 이 지역에서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제 월급도 꽤 받고 있다. 정체되어 있는 도로에 지겹게 서있는 자동차들 사이로 이리저리 오토바이를 타고 돌파하면서 느끼는 바람은 언제나 시원하다. 이렇게 좋은 직업이 있는 줄 진작부터 알았으면 고등학교 때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을 텐데..... 사쾌달은 이렇게 가끔 자신의 암울했던 소매치기 시절을 후회하곤 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피자 큰거 한판을 시킨 집에 도착한다. 자신도 이렇게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능력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심호흡을 하며 오토바이에서 내린 뒤 그는 초인종을 눌렀다. 좀 있으면 돈을 들고 손님이 문을 열어 주겠지. 그러면 웃는 얼굴로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면서 피자를 건네 주어야지. 정말 생각할 수록 보람찬 직업이다.
"누구요?"
초인종 응답기에서 집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예, 주문하신 피자 왔습니다."
「예 그럼 잠깐만 기다리세요. 돈가지고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주인이 나오겠지.
"아 됐어. 지금 취소할 테니까 다시 가지고 가시오."
"예, 알겠...."
아, 아니지. 이게 무슨소리야? 주문한 피자를 제작해서 이렇게 집앞까지 배달을 해왔는데 취소라니? 배달경력 2년만에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다.
"저, 손님 이미 배달이 돼서 왔기 때문에 취소가 안되는 데요..."
"아, 지금 기분이 안 좋으니까 가지고 가란 말이야!"
갑자기 집주인이 큰소리를 쳤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런 몰지각한 집주인을 봤나.
"아니 손님 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십니까? 그리고 배달을 시킨다음에 아무 하자가 업는 제품을 취소하면 안돼잖습니까."
"뭐가 어째!?"
"덜커덕"
주인이 응답기를 끊는 소리가 났다. 와.... 우리사회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변하다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절망을 느낀다. 잠시후 대문이 열리며 집주인이 나왔다. 집주인의 키는 사쾌달보다 약간 컸고 몸집은 꽤 건장해 보였다.
"손님, 시키신 음식은 기분이 좋으시든 안좋으시든 계산은 하셔야죠. 일단 주문한 음식이잖아요."
"뭐가 어째? 이놈이..."
"아 말끝마다 이놈 저놈 하지 마세요. 저도 나이 먹을만큼 먹었어요."
"아니 지금 해보겠다는 거야?"
"시비는 손님이 먼저 거신 거 아닙니까?"
"아니 이 시브럴 놈이...."
이 몰지각한 손님이 주먹을 불끈 쥐고 때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음 좋아. 한 대 맞아주지. 먼저 한 대 맞은 다음에 때리면 정당방위가 되니까. 사쾌달도 싸움에는 자신이 있었다. 소매치기 전성시대때는 조직폭력배 똘마니 3명과 싸워서 이긴 적도 있다. 태어나서 주먹으로 진 적은 딱 한번, 체포될 때 뿐이었다. 그 때의 형사는 나이는 좀 들어보였는데 180정도 되는 키에 실전 경험도 풍부해 보이는 고수였다. 그것에 비하면 이 몰지각한 손님 놈은 그리 세 보이지 않았다. 사쾌달은 눈을 감고 맞을 준비를 하였다.
'날 때린 다음에는 넌 죽을 줄 알아라'
이윽고 주먹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안돼!"
"쿵!"
여자 목소리가 들린 직후 뭔가 박살나는 격렬한 소리가 들렸다. 사쾌달은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굉장한 것이었다. 몰지각한 손님의 팔에 어떤 여자가 매달려 있었다. 주먹을 날리기 직전에 잡은 것 같았다. 그리고 사쾌달의 머리 바로옆 벽에 주먹이 꽂혀 있었다. 콘크리트 벽에는 금이 쫙쫙 가있었다. 사쾌달은 난생 처음 진정한 공포를 느꼈다.
"놔, 미열아!"
"오빠, 조금만 참아. 방법이 있을 거야. 설마 나라에서 뽑아놓고 자르겠어? 다른 일을 주겠지."
손님은 주먹을 빼고 다시 주먹을 날리려고 발버둥치는 것 같았다. 뒤에서 미열이란 여자가 안간힘을 쓰고 말렸다.
"아저씨, 빨리 도망가세요. 돈은 나중에 꼭 드릴게요. 안 그러면 죽어요."
「안그러면 죽어요」이 7글자의 말이 사쾌달의 머리속에 짧은 순간이나마 맴돌았다. 적어도 저 여자가 지금하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 예 그럼... 나. 나중에 뵙겠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사쾌달은 재빨리 오토바이를 타고 시동을 걸고 무작정 달렸다. 무사히 생명을 지켰다는 안도감 뒤에 밀려드는 생각이 있었다.
'젠장 사장님이 돈 왜 안받아왔냐 그러면 뭐라 그러지.'
"예, 예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여기는 영등포 경찰서 안내 코너 앞이다. 고초열과 조부생은 어제의 침몰사건 이후로 고초열의 진로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마침 안내 코너에 여직원이 있어서 물어보던 참이었다. 여직원은 구내 전화를 이용하여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예. 특채에서 수석합격하신 분이 와서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시거든요. ..... 아, 예 알았습니다."
여직원은 전화를 끊었다.
"저 2층에 인사부에 올라가시면 인사과장님이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그리로 올라가십쇼."
"예, 알았어요."
고초열과 조부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요."
여직원이 스톱을 걸었다.
"왜 그러십니까?"
"친구분은 여기서 기다리세요."
고초열과 조부생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둘은 고개를 끄덕인 뒤 조부생은 자리에 앉았고 고초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 이윽고 인사부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고초열은 노크를 한 뒤 인사부실로 들어갔다.
"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고초열 씨"
"아... 안녕하세요."
"전 인사과장 이괍득이라고 합니다. 고초열씨 체력시험때 잠깐 봤는데 대단하시더군요."
"아... 예"
"거기 앉으시죠."
둘은 소파에 앉았다. 잠시 후 비서가 엽차를 끓여왔다.
"그렇잖아도 대정 1호 침몰 후 경찰청의 수뇌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합격하신 두 신입경찰 이외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약간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른 합격자 분은 이미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 있는 상태이고 고초열씨 역시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예정 근무처 못지 않은 곳으로 발령이 날 거니까요."
"아. 예 그렇습니까."
"이제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
"삐리리릭"
전화기에서 난 소리에 이괍득 인사과장은 즉각 수화기를 들었다.
"예, 이괍득 과장입니다. 아 서장님. 예 여기 같이 있습니다."
☏-음 그래. 같이 있단 말이지. 그래 어쩔 생각이요?
"아 예, 아직 뚜렷하게는..."
☏-생각을 안해 봤단 말이지.... 흠, 그럼 자리 남는 곳 아무데나 집어 넣으시오. 내가 직접 면접을 볼 때 있어서 아는데 어차피 좀 모자란 놈이라 일도 제대로 못할 테니.
"예, 예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이괍득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는 눈을 감고 한숨을 쉰 뒤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자기 책상에 있는 컴퓨터의 버튼을 몇개 누르기 시작했다.
"고초열 씨"
"예"
"에 일은 언제부터 시작하고 싶으신 가요?"
"아 저... 가능하면 내일부터라도 바로 하고 싶은데요."
"예, 그럼 방금 자리를 정했는데 알려드리죠. 서장님께서는 고초열씨가 수석합격자인 것을 감안해서 아주 여건이 좋은 곳으로 엄선해서 자리를 마련하라고 하셨거든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부터 아침 8시에 5층에 있는 제 39 강력반으로 출근하십쇼. 그곳에 책상과 명패를 오늘중으로 설치하도록 지시해 놓을 테니..."
"예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