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데...?"
그녀는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어제 온 편지야. 넌 뭐라도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불러낸 건데 너도 마찬가지인가 보구나"
보내는 이의 주소는 적히지도 않은 흰 편지봉투 안에는 오래된 종이처럼 누리끼리하게 낡아
있는 종이 한장이 들어있다.
종이를 펴들자 그 안에는 연필로 대충 흘려 적은 듯한 글씨들
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모두 민서 다웠다.
무엇이든 형식이라는 틀을 참지 못했던 민서.
그런 민서를 알았기에 그와 내가 수험생이었던 그때 난 민서가 대학시험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포기라기보다 그는 당연히 그런 갑갑한 틀을 견디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대학이란 것엔 관심조차 없던 그였기에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선망하는 대학에 가볍게 붙었고
그의 전공은 다름 아닌 법학이었다.
모든 것이 놀라웠다.
그렇지만 그는 역시 민서였다.
수험기간 내내 한시도 그를 가만 내버려두질 않았던 부모님께 반항이라도 하듯
한 학기를 채 마치기도 전에 자퇴를 한 것이다.
물론 민서의 가족모두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또한 자신을 이해 받으려 굳이 애쓰지도 않았다.
그리곤 어느날인가 가방 몇 개를 짊어지고 내 하숙방에 불쑥 찾아온 적인 왔었다.
놀란 나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말없이 한쪽구석에 누워 잠을 자던 엉뚱한 녀석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과 함께 하숙방을 쓰게된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아니 한달 이라고 해야하나?
민서가 말없이 사라진 것이 오늘로 한달이 채워졌으니...
......
나는 차근차근 편지를 읽어 내렸다.
멀리 왔다. 그저 흘러가고 있어.
이렇게 흐르다보면 여기가 어딘지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지 알 수 있는 날이 오겠지.
...
어제는 바다가 보이는 날이었어.
내리는 폭우에 그들은 더욱 성난 날개를 펼치더군.
그때 난 가난한 우산하나 펼쳐들고는 파도가 미치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 숨죽인 채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지.
하얀 거품을 입에 물고 거칠게 내게 달려들자 난 무서웠어.
너무나 무서웠다구...
서라가 서있는 그곳에서의 나라면 폭풍우의 사나운 바람과 거센 빗방울을 온 몸 가득 품어보려 두 팔을 벌려 하늘을 안았겠지.
성난 바다의 파도를 흉내내고 싶어했을 꺼야.
어쩜 즐거운 탄성도 질러댔을지 모르지.
그런데 어제 바다 앞에 선 난... 그때 난 말야...
너무나 두렵고 떨렸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난 이제 모든게 무서워진 거야
...
지금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
내 모슴이 찾아지는 날 다시 돌아갈게.
하지만 서라야 난 너무 멀리 와 버린 듯 하다.
너의 가슴속에서 널 한없이 지치게 하는 민서의 흔적 모두를 이젠 놓아줘.
지금 너에게 난 이말 밖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
............
하찮은 한마디라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