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자 바람은 더욱 세차게 온 몸을 휘감는다.
햇살에 반사된 빗방울은 마치 반짝이는 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눈부시게 흩어지고 있었다.
어둡고 쾌쾌했던 내 방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듯 낯선 기분까지 드는 건 뭘까?
아름다운 세상에서의 난 아무래도 이방인인 듯 싶다.
빗소리는 좋지만 빗속을 헤집으며 길을 나선다는 것은 나에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사진기 말고는 가방은 물론이고 악세사리조차 몸에 매달려 있는걸 싫어하는 나인데 우산이라니...
여지없이 그냥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오늘은 우산을 들쳐드는 것이 귀찮아서만은 아니었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쓰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비맞는걸 좋아하던 민서였다.
그런 그가 그리워서이다.
빗속에 한참을 서 있으면 그를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디에선가 지금 나처럼 그리고 네가 늘 그랬던 것처럼 이 빗속에 너도 우두커니 서있겠지?
도데체 너의 슬픔이 무엇이었는지...
왜 나에게조차 아무런 말없이 떠나가 버린 것인지...
이제와 보니 난 너무도 아는 것이 없다.
20여년동안 친구라는 이름으로 넌 항상 내곁에 있었는데 도통 아무것도 잡히질 않다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난 어느새 서라와 만나기로 한 카페에 도착했다.
젖은 머리를 털어 내며 문을 열자 문에 매달린 방울종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그런 종소리에도 서라는 멍하니 창밖에 세상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화장기 없는 얼굴이다.
그녀에게 화장이란 그저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
오히려 그녀는 맨얼굴이 더욱 화사하고 눈부셨기 때문이다.
스누피가 그려진 흰색 츄리닝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붉은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정지한 듯 앉아있는 서라.
그리고 그녀 앞엔 입도 대지 않은 둣한 커피잔이 쓸쓸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왔어?"
"무슨 소식이라도 들은거야?"
"......"
다급히 묻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라는 아무 대꾸도 없이 다시 창밖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어둡게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물었다.
"비 맞고 온거야? 우산 두고 비는 왜 그냥 맞니?"
그렇게 말은 했지만 서라의 옷도 머리도 나처럼 차갑게 젖어있었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이 빗속을 헤매 왔겠지...
"아무소식 없었니?"
그녀는 다이어리 안에서 구겨진 편지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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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줄이라도 평론(?) 좀 해주세여
부탁...
읽어주셔서 감사함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