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과를 마치고 맥주를 사러 가는 일이 주말 나의 일상이 되었다. 최근에는 뱅쇼를 만들려다가 그만 와인에 맛을 들리게 되었다. 와인 맛은 잘 모르지만 적당히 배부르고도 기분좋게 취할 수 있어 함부로 자리를 내어 주지 않는 내 장바구니를 내어준거다. 오늘도 남은 할 일이 없음을 확인하고 장바구니 하나 들고 편의점으로 갔다.
여름엔 코로나니 뭐니 해도 삼삼오오 모여 맥주캔 따던 무리가 있었는데 겨울밤이 오니 사뭇 풍경이 바뀌었다. 시계바늘은 같은데 텅빈 시간을 걷고 있었다. 정말 텅텅. 오늘 공기도 좋더니 밤별도 꽤나 반짝거린다. 장바구니에 술을 숨겨 도망치듯 편의점을 나설 필요가 없는 겨울밤이라니. 세상 낭만적이다. 생각해보면 뭐 죄지었다고 그렇게 발걸음을 재촉했나 싶다. 크리스마스를 그냥 지나가도록 두긴 아쉬우니 함께 술을 마셔주겠다던 남편은 내 예언대로 쿨쿨 잠이 들었지만 나는 혼자서도 와인한병을 따 좋아하는 티비프로그램 보며 울고웃으며 신명나는 시간을 얼마든지 보낼 수 있었다. 올 한해도 이렇게 혼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가며 지나고 있다. 가족이 늘었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슬픔과 기쁨이 늘어간다.
그런대로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