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마다 남편과 싸웠다. 결혼전부터 그랬다.
나는 진심으로 축하받는 것 하나 원했는데 하루종일 생일축하한다는 한마디를 안하는 남편에게 나는 섭섭했고,
그런걸 말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남편은 남편대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뭐 그런이유들이었다.
처음만나고 가만히 있어도 뜨거웠던 두해정도 즐겁게 보낸 뒤로 계속 싸우게 되니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내 생일은 중간고사나 추석명절이랑 자주 겹쳤기때문에 학창시절에도 생일이 즐거운 생일이기만 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그 날에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설레는 기분을 느껴 좋았다.
남편과 여러번 다투면서 나는 그날에 스스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나를 특별하게 대접해주지 못한 남편에게 괜한 무심죄를 씌운게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올핸 가볍게 지나기로 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표현을 최대한 해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7년의 시간은 우리에게 절충안을 찾게 도와주었다.
하루가 가뿐히 지나고 나니 이제야 한시름 놓인다.
그런가하면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 생일을 자주 잊어버리고 뒤늦게 한숨과 함께 떠올리는 무심죄를 수시로 저질렀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나를 괘씸하게 여기지 않고 너른 마음으로 생일축하 인사를 건네왔다.
그들의 너그러움에 감사하며, 소중한 사람을 소중히 대하자고 다짐한다.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에 혈안이 되었던 시절을 지나, 가족말고는 모두 부질없다는 회의의 시간도 지나고 나니
사람때문에 좋을 때도 섭섭할 때도 있지만 내 가까이에 있어준다는 것이 대단히 고마운 일임을 아는 날에 도착을 했다.
주변사람에게 나도 그런 따뜻함을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평화로운 생일을 보내고 평화로운 마음을 이기지 못해 남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