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하자마자
와이프와 아들들이 쪼르르 달려왔는데
첫째 아들이 내게 말하길
'아빠 다리 빨리 나으세요~!'
그리고 자기가 썼다는 편지를 읽어준다.
우리 첫째 아들은 5살
올해부터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직 한글 공부를 해본적은 없는데,
자주 보이는 단어, 글자의 훈음을 듣고 글자 몇 개는 그릴 줄 안다.(말 그대로 쓴다기보다 그린다는 표현이 맞다.)
그런 아들이 어제 편지를 줬다.
한글 비스무리 하지만 읽을수는 없는 ㅎㅎ
무슨 뜻인고 하니,
아빠 무릎 빨리 나으세요~건강하세요~ 란다.
어제 오전에 반차를 내고 대학병원에 다녀왔는데
와이프가 그걸 첫째 아들한테 얘기했댄다.
편지를 받는 순간 눈물이 찔끔 나왔다.
지금까지 무릎 통증때문에 몇 군데 병원을 다녔는데
어제 갔던 대학병원에선 큰 수술을 권했다.
둘째 육아는 어떡하며...수술비는 어떡하며...집안일은 어떡하며...직장은 어떡하며...
하루 종일 심난하고 마음이 무거웠던 찰나였다.
생각지도 못한 감동에
어제 저녁은 둘째보다 첫째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됐던거 같다 ㅋㅋㅋ
요즘 세상이 너무 힘들고 각박해서 다들 결혼이나 아이 갖기 힘든 상황이기에
결혼은 해야하는 것이다, 아이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라고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실제로 여느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게 적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던 선택이 적절했다고,
그리고 결혼생활, 육아 등의 과정을 거치며
힘들었지만 행복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할 수 있다.
충만한 어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