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봄이 오는 걸 시기하는 겨울 바람에,
어떤 날 어떤 일이 생각 난다.
샐러드를 자주 해 먹는데
양배추를 칼로 매번 자르기 힘들어서
양배추 슬라이서를 나름 좀 괜찮은 걸로
구입했었다.
새로 산 것이 늘 그렇듯 익숙치 안기에
그러고 몇일을 방치하다가
어느날 생각이 나서
슬라이서에 양배추를 넣고 열심히 채를 치고 있는데
잡고 있던 양배추가 붉으스름하게 물이 들어 있었다.
'어, 거참 신기하네 왜 물이 들었지' 하고
잘라놓은 다른 쪽 양배추를 보았다
거긴 아무것도 없는데 뭐지?
하며 열심히 또 채를 치다가
신경쓰여 다시 보니 또 붉으스름하니 좀 더 진하고 넓게
물이 들어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양배추를 요리조리 살피다가
다시 양배추 1/4을 채썰고 씻으니
손끝이 따끔하더라.
하고 보니 엄지손 끝이 살짝이라기에 조금
쓰라리게 베어 있는 것이다.
휴지로 돌돌 말아서 닦아내면 끝이겠지 하고 몇번을 문지르다가
닫고 보고를 여러번 해도 아직도 송송 솓아나는 ..
안되겠다 싶어 밴드를 붙이고 작업을 마무리 했었다.
그랬다.
나는 늘,
나 보다 다른 것들에 신경쓰기 여념이 없었다.
나는 괜찮은 줄 알았고
나는 강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아파도 그러고 그만이라 생각했다.
그저 글 몇마디 적어놓고 오랜 시간 뒤에 보면
씩 웃고 끝나는 그런 그거면 끝 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내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그게,
나 스스로를 상처내는 일 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 상처난 글을 보며 아픈 마음이 남아 있으면
아직 덜 컸다는 핑계를 댔고
그 핑계로 나는 더 어른이 되길 바랬고
어른이 되면
나는 더 나아가
상처는 받지 안을 꺼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많이 커버린 지금은
상처를 안받는가.
상처를 받아도
무시하면 그만.
상처주는 사람은 안만나면 그만.
안만날 수 없다면 흘려들으면 그만.
이제 나에게 상처주지 안기로 한 것이다.
오롯이, 나를 위해
그렇게 살기로 했다.
이렇게 살다가 꼬장꼬장한 어른이 될까
솔직히 조금 겁은 나지만,
나부터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내가 상처 받지 안고 남을 위하는 것이라
이제서야 생각이 든다.
그게 맞겠지?
응. 맞아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