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아파트 옥상에 홀로 서서
고요에 잠긴 세상을 바라본다.
새벽의 옥상을 가득 채운 상쾌한 공기는 내 눈을 트이게 했다.
상쾌해진 머리를 들어 태양이 뜨기 전 아스라이 밝아오는 저 너머를 바라본다.
조금 있으면 저 회색하늘을 밝게 비출 태양이 고개를 내밀겠지.
그럼 이 세상은
이 조용한 장막을 거두고 활기와 열정을 태워 올리겠구나.
나도... 나도 그런 태양이 되고 싶다.
아직은 고개를 내밀지 않고 고개 내밀 시간을 기다리는 저 회색하늘 뒤의 태양같이...
살랑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새벽 옥상에 손님이 찾아들었다.
그 손님은 내 머릴 살짝 훑고는 순간처럼 그렇게 다시 멀어져 갔다.
바람.
그것은 어딜 저리도 바쁘게 가는 것일까?
바람이 사라진 자리를 멀뚱히 보고 섰다.
문득 저 빼곡한 아파트 사이의 좁은 길목들이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 좁은 길목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바람이라니...
원래라면 드넓은 녹색 대지 위를.
혹은 모든 것을 품을 듯한 푸른 물결 위를 자유로이 날아 다녀야 할 바람들인데...
내딛는 골목마다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유리만 살짝 흔들고
또다시 다른 길목 길목을 도는 바람이라니...
안타깝다.
그 바람이 마치 나와 같아서..
어느새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것을 자각한 순간 고였던 눈물이 또르르 굴렀다.
손을 들어 눈가를 훔친다.
그러나 아직도 볼 가에 눈물 자국이 맺힌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어느새 회색하늘을 비집고 나온 태양이 내 눈가에 눈부신 빛을 흩뿌리자
순간 내 볼에 남아있던 눈물 자국이 모두 증발한 듯했다.
태양이 반가운 건 나뿐이 아닌 듯하다.
이 옥상 위에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상쾌함으로 존재하던 친구들도
태양 빛을 받자 상쾌함을 따스함으로 바꾸고는
이내 부드러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내 귓볼에 살짝 머무르며 말한다.
"힘을 내. 오늘 하루도 힘을 내렴."
"걱정마. 오늘도 햇님이 떳잖니."
"오늘도 넌 잘 해나갈 수 있어.
봐~ 바람도 이젠 제 길을 찾았잖아."
"이제 우린 친구들을 깨우러 가야해.
내일 이곳에서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자."
그렇게 그들은 따스한 빛을 날리며 아파트 속의 사람들을 깨우러 갔다.
어떤 이의 창문에 소리를 만들기도 하고
또 어떤 이의 발가락을 간지럽히기도 하며 모두의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그래. 너희들도 행복한 하루 되렴.
나는 손을 들어 입가로 가져가 살짝 입 맞춘 뒤 모두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러분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이미 들어줄 이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나는 행복했다.
자, 오늘도 이렇게 세상을 향해 또다시 첫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