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생각하면서 혼자서 웃어보았더랬습니다.
그러나 웃음은 지어지질 않고
눈에 눈물만 그렁그렁 고이고 말았습니다.
전 사랑을 하면 온몸이 물로 바뀌나봅니다.
물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물을 정말 좋아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수영은 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렇다고해서 제가 노력조차 않은 것은 아니지요.
전 초등학생 시절 매년 여름이면 수영장엘 다녔습니다.
그래도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그 느낌을 지독히도 싫어했습니다.
마치 이대로 죽을 것만 같았었지요.
그래서 여태까지도 수영을 배워볼 엄두조차 내질 못하고 있답니다.
당신..
제가 사랑하는 당신.
당신에게서 홀로서기를 결심한지도 벌써 11일이 다 되어갑니다.
그러나 사실 홀로서기가 아니었지요.
전처럼 매일밤 들려주는 당신의 목소리에
예전으로 돌아간듯한 느낌으로 살고 있었답니다.
전 땅에서 발을 떼는 그 느낌을 그렇게 싫어했듯,
당신에게서 떨어져나가는 그 느낌이 너무나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발이 땅에 닿으면 물이 너무나 좋은데
그렇지 않게 되면 숨이 막혀오고 두려워지는 것처럼
당신이 곁에 없으면 살지 못할것 처럼 겁이 났거든요.
우리는 이미 헤어졌는데
당신은 며칠 전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우리가 처음 사귄 그 날로부터 103일째 되는 날이라고
일부러 잊고 있었던 날짜를 다시 기억나게 했었습니다.
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겼지만
원래 당신은 그렇게 다정하다고,
가끔씩 보여주는 차가운 얼굴은 당신의 가면일거라고 믿었던거죠.
사랑하는 당신..
늘 저 혼자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당신의 냉담함에 질려 저 혼자 끝을 내고 맙니다.
당신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이 아니었는데...
오늘도 당신께 글을 적으며 제 마음을 추스립니다.
이제 당신의 사랑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아마 그렇게 자연스럽게
친구사이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고 계실 당신..
이번엔 부디 지금의 설레이는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당분간 당신의 자리는 남겨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