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핀 편지를 들고 어제 갔던 길로 지구를 반바퀴 돌았다.
식탁에 앉아 동해의 바닷물 속에 사는 물고기들을 한 마리씩 건져 먹는다.
내일은 서해도 남해도 함께 올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편지를 쓴다.
나는 글을 적는 것이 아니라 시냇물과 나무와 자갈을 적어 넣는다.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설레어서 언젠가 본 하늘에 별이
많던 밤이 마음 속에서 흘러 다녔다.
편지지를 향해서 가슴에 가득 머금은 숨을 내쉬면
그곳에는 온갖 노래하는 짐승들이 음계처럼 부드럽게 세상 속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그 아름다움을 내가 가보지 못한 지구의 남은 반바퀴에게 전하기 위해
웃음이 아닌 눈물로 세상의 아주 작은 부분에 움직임을 보낸다.
무지개와 과일들이 사는 지구의 모퉁이를 돌아서서
내 마음 전부의 온기로 데운 편지를 붙이러 간다.
붉은 노을의 원이 빛의 언덕 위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던 곳.
그 우체통 앞으로 가서 나는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 안에 든 아직 기다려야하는 세상 하나를 가지고 돌아온다.
지구 한 바퀴의 반 바퀴를 돌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