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0교시가 끝나고...
윤인, 선거운동은 좀 있다가 하자. 어차피 지금 가봐야 애들 다 자고있어.
-어? 그래도...L이랑 J는 벌써 선거운동하고 돌아다닐텐데?
그래? 그럼...2교시 끝나고 1학년 교실부터 돌아보자.
어째 처음부터...이상했다.
분명 다른 후보들하고 그리 다를건 없었다.
단지 피켓이나 플랜카드 숫자가 하나씩 부족하다는 것 외엔.
하지만 선거운동을 도와준다던 친구들은 서로 자기 생활을 계속 영위하는 중이었다.
음...? 이건 도대체 어떤 분위기인가?
시작부터가 뭔가 싱숭생숭 했다...
그리고...
12월 29일 A.M 7:20
선거일.
굳이 당부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니다. 지금까지의 우리반 친구들이라면
백 번 천 번 당부를 한대도 모자랄 것이었다...
첫날도...다음날도...그 다음날도...
그들은 그저 그들만의 생활에만 신경을 쓸 뿐이었다.
언제나 그렇듯...반에 있는 컴퓨터를 몰래 켜고...몰래 놀고...
서로 장난치고...잡담하고...어젯밤에 자기들끼리 스타 붙은 얘기 하고...잠자고...
-얘들아 선거운동 하자. 이번엔 1학년 #반 교실...
얘들아 선거운동 하자. 이번엔 1학년 #반 교실...
얘들아 선거운동 하자. 이번엔 1학년 #반 교실...
얘들아 선거운동 하자. 이번엔 1학년 #반 교실...
얘들아...얘들아...얘들아...............................
...어, 그래 가야지./ 자, 가자./...
그들에게 선거운동은 아무래도 좋은, 지나가는, 다른 사람의 일인 듯 싶었다.
몇 번을 부른대도 그들은 그저 못들은 듯이 앉아있거나 한 두 사람 간다고 소리치고 천천히 움직이곤 했다.
그러면 다른 후보가 꼭 한 두 타이밍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갔다...시간이 흐를수록...그들과 나는 괴리되어 갔다.
아침이 됐든, 정오가 됐든, 저녁이 됐든 그들은 그들만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는 '당신들의' 시간을 갈구하다가 좌절하곤 했다...
이게 도와준다던 그들의 행동이다
그들에게 선거운동은 안중에도 없었다
나가면 당선이라는 얘기는 결국 선거운동을 염두에 두지 않은 거였다
그들은 그저 이번 선거를...
손윤인...한 사람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나는
모두의 시간...나의 당선을 위함이 아니라...
내가 당선되건 안되건 그 선거운동 기간의 추억이 낳은
당신들의 천국...을...
...보고 싶었다.
되건 안되건 공략을 실현하고자 땀흘리고
그들의 땀냄새가 향긋한 선거운동의 추억을 다들 가슴에 안고
그리고 서로 만날때마다 그 추억을 회상할 수도 있었는데...
며칠간의 시간 이외엔
그들에게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