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나란 녀석은 기억력이 워낙 나쁘니까.
하지만 회장 선거에 나갈 지원자를 받는 마감일 아침까지도 선거에 나가려 하지 않았음은 기억하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이란 어디 앞에 나섰다간 말 안듣는 아랫사람들 때문에 망하기 딱 좋은 성격이라서
친구들이 막 권유해도 못들은체 넘어가려 했다
'나가면 안돼...중3때 연극부 리더 됐다가 망한 꼴 날려고...?'
중3때 꽤나 즐거운 경험을 했었다.
때마침 난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의 인간과 비슷했다.
그리고 연극부 부장이 되고, 내 가슴에 마구 씌여지는 검을 글씨들에 난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난 밥상에 놓여진 조개처럼 움직이지 못하다가 결국 속을 벌리고 모두에게 창피한 속살을 드러낸 다음에야
그리웠던 고향으로 숨어드는 것처럼 음식물 쓰레기 냄새 지독한 봉투에 숨었다.
그리고 연극부도 망쳐놨다...
그래. 나가면 안된다. 또 다시 모두 앞에서 벌거벗겨질 순 없다.
...라고 생각하며 0교시가 끝나고...
실장의 권유가 있었다.
-아...글쎄...잘 생각해 봤는데...나가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
어? 아니 내 성격상 힘들지 않을까...싶어서...
그리고...반 아이들 모두...
나가봐. 너라면 된다니까./ 너 인지도 높잖아. /우리학교에 너 모르는 놈 있냐?
나가면 당선이라니까?/ 괜찮아 어차피 별로 할일 없을거야./ 괜찮아.
-괜찮아? 괜찮다고? 과연 괜찮을까?
음...다시 생각을...아냐. 아니지...나가볼까...나갔다가 떨어지면? 아니야...
-그래. 나가볼께.
야~윤인 회장선거 나간댄다!/ 오, 정말? 윤인 너 나가면 당선이라니까. /다 잘 될거여.
/우리가 도와줄께
-도와줄께? 도와준다고? 도와준다고...
그래. 선거운동은 24일 부터랬어. 그때까지 대강 준비할테니까 너희들은 도와주기만 해.
이렇게 해서 난 회장 선거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24일부터 시작하는 선거운동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