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창문에 쓴 누구의 이름을 지우듯
과거를 지우려 했던 적이 있다
글씨를 지우려 태어난 지우개처럼
네모난 희망으로 웅크린 나는
참았던 지우개똥을 글썽이며
조용히 과거에 이마를 문지르다
그래도-그래도 슬프길래
드리운 생각을 걷고 창밖을 보니
지우개가 글씨를 지우듯
글씨도 지우개를 지우고 있었다
눈 오는 겨울
풍경으로 지워지는 과거의 뒤에
흰 글씨로 남는 과거의 발자국...
소리없이 배달된 시간속엔
가슴에 널브러진 지우개똥과
닳아 없어진 나만 남았다
- 2005년 8월1일~2005년 8월4일 -
- 뭔가...뭔가 잘못된 거 같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