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너도 참 말이 없어졌다.
가을은 말이 없는 계절이다.
나무 겨드랑이의 작은 하늘에
바람은 머무를 뿐 말이 없다.
그 아래 말없는 연인들과
말없이 헤어지는 한쌍들
그리고 너와 나
이제 숨막히는 면사포를 쓰고
너는 어느 구석에서 다음 여름까지
단지 나의 구석지로 살아야 한다
걱정은 말아라 나도 한 때
누군가의 구석지로서 평생을 살았었다
그 사람의 구석지로만 나를 구겨넣는
고물딱지 선풍기였다
헤어지자
가을은 말이 필요없는 계절.
그래, 내년 여름에 부르거든
구석지의 1년을 잠깐 말하렴
너의 구석지로 평생을 살아줄께
- 2003년 9월 12~13 -
- 미안하다. 내가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여름엔 사랑하듯이 껴안아도 가을엔 이만 너를 내 구석지로 보낸다. 봄, 가을, 겨울을 알려줄께 아쉬워 마렴...너에겐 여름이 있어서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