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장
기드 모파상, 1886년 9월 1일 작
하얀 산봉우리들을 가로지르는 바위투성이의 발거숭이 오솔길이 빙하의 기슭과 만나는 곳에 세워진 레오뜨잘브 지방의 모든 목조 숙박시설과 마찬가지로, 슈바랑바슈 산장도 젬미 등산로를 따라가는 여행자들에게 대피소로 사용된다. 장 오제 가족이 사는 그 산장은 여섯 달 동안 영업을 한다. 그리고 눈이 쌓이면서 계곡을 막고 로에슈로 내려가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면 여자들과 아버지 그리고 세 아들은, 늙은 산안내인 갸스빠르 아리, 젊은 산안내인 윌리슈 뀅씨, 커다란 산악견 쌈에게 집을 맡기고 산장을 떠난다.
이 두 사람과 개는 창백하고 빛나는 산봉우리들에 에워싸인 채 봄이 올 때까지 지낸다. 주위에 쌓이고, 작은 집을 덮어 누르고 으스러뜨리며, 지붕에 쌓이고, 창문 높이까지 올라오며, 문을 막아 버리는 눈에 덮인 채, 그들은 이 눈의 감옥에서 봄이 올 때까지 지내는 것이다.
그날은 오제 가족이 로에슈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고, 산을 내려가는 것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었다. 옷가지와 그 밖의 짐을 실은 세 마리의 노새가 세 아들에게 끌려 앞장을 섰고 그 다음에 어머니 쟌 오제 그리고 딸 루위즈가 네번째 노새를 타고 뒤따라 출발했다. 가족을 내리막길이 시작하는 봉우리까지 호위할 두 산안내인과 함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먼저, 산장까지 뻗어 있는 커다란 구멍 밑바닥에 있는, 지금은 얼어붙은 조그마한 호수를 돌았으며, 눈으로 덮인 산봉우리들이 사방에서 내려다보고 하얀 홑이불처럼 깨끗한 계곡을 따라갔다.
이 눈부시게 빛나는 얼어붙은 백색의 사막 위에 사정없이 내리 쬐는 햇빛이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차가운 불꽃으로 붙이고 있었다. 이 산악의 망망대해에는 어떤 삶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이 엄청난 고독 속에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어떠한 소리도 깊은 침묵을 방해하지 않고 있었다.
스위스 태생의 다리가 길고 키가 큰 젊은 산안내인 윌리슈 뀅씨는 오제 영감과 가스빠르 아리 노인을 뒤에 처지게 내버려 두고, 두 여자가 탄 노새를 조금씩 조금씩 따라잡았다. 젊은 딸이 그가 뒤쫓아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그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키가 작은 금발의 시골처녀였다. 뽀얀 양 볼과 윤기 없는 머리카락은 얼음 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탈색된 것처럼 보였다.
윌리슈 뀅씨는 딸이 타고 있는 노새에 가까워지자, 노새의 엉덩이에 손을 올려 걸음을 늦추었다. 오제 부인이 그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겨울을 나는 데에 대한 모든 충고를 끝없이 자세하게 주워댔다. 그가 위에 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반면에 늙은 아리는 슈바랑바슈 산장에서 벌써 열네 번이나 눈 속에 파묻혀 겨울을 보냈었다.
윌리슈 뀅씨는 그녀의 충고를 듣고는 있었지만,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젊은 딸을 쳐다보고 있었다. 간혹 “예, 알겠습니다. 아주머니.” 라고 대답했지만, 그의 생각은 딴 데 가 있는 것 같았고, 그의 평온한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들은 도브 호수에 도착했다. 얼어붙은 호수의 길쭉한 표면이 골짜기 바닥에 편편하게 뻗어 있었다. 오른쪽에는 빌트슈트르벨봉이 내려다보는 뢰메른 빙하의 거대한 퇴석들 주위로 도베노른봉의 검은 암석들이 깍아지른 듯이 서 있었다.
그들이 로에슈로 가는 내리막길이 시작하는 젬미 령 가까이 가자, 깊고 넓은 론 계곡이 경계를 나누는 발레쪽의 알프스 산맥이 광대하게 하늘과 맞닿아 있는 선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멀리 햇빛을 받아 빛나는 평형하거나 뾰족한 가지각색의 하얀 봉우리들이 보였다. 두 개의 뿔이 달린 미샤벨, 강대한 비쎄오른 산괴, 육중한 브뤼네고른, 높고 무시무시한 피라미드 모양의 살인마 쎄르뱅, 날씬한 괴물 같은 모습의 당 블랑슈, 그리고 그들의 발 아래에는, 짐작도 할 수 없이 깊은 구멍 안에, 그 어머어마한 낭떠러지 바닥에 로에슈가 보였다. 로에슈의 집들이, 한쪽은 젬미 령에 의해 막히고 한쪽은 저 아래 론 강을 향해 펼쳐져 있는 그 거대한 틈바구니 안에 흩뿌려저 있는 모래알같이 보였다.
뱀처럼 구불구불해서 끝없이 구부러지고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작은 오솔길 초입에서 노새는 멈추었다. 그 아름답고 환상적인 오솔길은 산의 오른쪽을 따라 발밑에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작은 마을까지 나 있었다. 여자들이 눈 위에 뛰어내렸다.
두 노인들도 그녀들이 있는 곳까지 왔다.
오제 영감이 말했다.
“그럼, 잘 있게. 고생 좀 하겠어. 내년에 또 만나지.”
아리 영감도 따라서 말했다.
“내년에 봅시다.”
그들은 서로 껴안았다. 그리고 뒤를 이어 오제 부인이 양볼을 번갈아 내밀었고, 젊은 딸도 어머니를 따라서 양볼을 내밀었다.
윌리슈 뀅씨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는 루이즈의 귀에다 속삭였다.
“저 위에 남은 사람들을 절대 잊지 마세요.”
그녀는 “네” 라고 대답했지만, 그 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고, 뀅씨는 다만 짐작으로 그 대답을 알아들었다.
“자 그럼, 잘들 있게. 건강하고.”
장 오제가 다시 한번 말했다.
그리고 그는 여자들 앞을 지나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곧 첫번째 길모퉁이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두 남자는 슈바렌바슈 산장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란히 서서 말없이 느릿느릿 걸었다. 이젠 끝이었다. 그들은 너댓달 동안을 얼굴을 마주보고 둘이서만 지내야 했다.
갸스빠리 아리가 지난 겨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셀 꺄놀과 함께 산장에 남아 있었다. 미셀 꺄놀은 이제 나이가 너무 많아 산장에서 겨울을 날 수 없었다. 그 길고 적막한 생활 동안에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그들은 지루해하지 않았다. 첫날부터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여러가지 오락거리와 놀이, 많은 소일거리를 찾아내게 마련이었다.
윌리슈 뀅씨는 눈을 내리깔고 아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머리속은 젬미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가고 있는 사람들의 뒤를 쫓고 있었다.
머지않아 산장이 보였다. 산장은 거대한 눈의 물결 아래에 있는 검은 점처럼 아주 작아서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이 산장의 문을 열자, 털이 꼬불꼬불한 커다란 개 쌈이 그들 주위에서 껑충거리기 시작했다.
갸스빠리 영감이 말했다.
“자아, 이제는 여자가 한 명도 없으니가 우리끼리 저녁을 준비해야 되네. 자네는 감자 껍질을 벗기게.”
식사준비가 끝나자 둘은 나무걸상에 앉아 빵을 수프에 적시기 시작했다.
다음날 오전은 윌리슈 뀅씨에게 무척 길게 느껴졌다. 아리 노인은 담배를 피우고 연신 아궁이에 침을 뱉으면서 오전을 보냈고, 젊은이는 창문으로 산장 맞은편에 있는 눈부신 산을 바라보면서 보냈다.
오후가 되자 그는 밖으로 나갔다. 그는 두 여자가 탄 노새의 굽자국을 쫓아 전날 갔던 길을 되돌아갔다. 젬미 령에 도착하자 그는 낭떠러지 언저리에서 배를 땅에 깔고 누워 로에슈를 쳐다보았다. 바위로 된 우물 안에 있는 것 같은 마을은 아직 눈에 파묻히지 않았다. 비록 눈이 마을 가까이까지 왔지만, 마을의 주위를 보호하는 전나무숲이 단호하게 이를 막고 있었다. 위에서 바라보니, 마을의 집들이 초원에 난 포장도로 같았다.
오제 아가씨는 지금 이 회색의 집들 중 하나의 안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집에? 집들은 하나하나 구분하기에는 윌리슈 뀅씨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는 아직도 내려가는 것이 가능한 지금, 마을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빌트스트뤼벨의 높은 봉우리 뒤로 이미 해가 넘어가 버렸고, 젊은이는 산장으로 돌아왔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아리 영감은 동료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그에게 카드놀이를 하자고 제의했다. 그들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그들은 브리스끄라고 불리우는 단순한 카드놀이를 오랫동안 한 뒤, 저녁을 먹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은 첫날과 마찬가지였다. 날씨는 맑고 추웠으며 눈은 다시 내리지 않았다. 갸스빠르 노인은 얼어붙은 산봉우리 위를 위험스럽게 날아다니는 독수리와 그 밖의 진귀한 새들을 노리며 오후를 보냈고, 그동안 윌리슈는 정기적으로 젬미 령으로 가 마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카드놀이, 주사위놀이, 도미노를 하면서, 게임의 흥미를 돋구려고 거는 사소한 물건들을 땄다가 잃곤 했다.
어느날 아침, 먼저 일어났던 아리가 젊은이를 불러 깨웠다. 하얀 거품이 일듯한 두터우면서도 가벼운 눈이 그들의 머리 위에, 그들의 주위에 소리없이 깔리고 있었다. 눈은 두껍고 은은한 거품의 장막으로 그들을 조금씩조금씩 덮어씌웠다. 이런 상황이 나흘 낮 나흘 밤 동안 계속되었다. 문과 창문 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통로를 파야했다. 그리고 열두 시간 동안 계속된 영하의 온도로 퇴식화강암보다 더 딱딱해진 얼음가루 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계단을 깍아 만들어야 했다.
그때부터 그들은 죄수처럼 살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 밖으로는 거의 나돌아다니지 않았다. 그들은 규칙적으로 하는 일상의 작업들을 나누어 맡았다. 윌리슈 뀅씨는 청소, 빨래, 갖가지 것들의 정돈, 그리고 청결에 관한 모든 일을 맡았다. 나무를 쪼개는 것도 역시 그의 몫이었다. 반면, 갸스빠르 아리는 음식을 준비하고 불을 돌보았다.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그들의 작업은 카드놀이와 주사위놀이에 의해 오랫동안 중단되곤 했다. 온화하고 조용한 성격의 그들 둘은 결코 다투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조급해한다든지 기분이 나쁘다든지,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한다든지 하는 일조차도 없었다. 산봉우리에서 겨울을 난다는 것에 완전히 체념했기 때문이었다.
이따금 갸스빠르 노인은 총을 들고 영양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가끔 그것들을 잡곤했다. 그러면 슈바렌바슈 산장에서는 축제와 신선한 고기의 대향연이 열렸다.
어느날 아침 그는 사냥을 하러 집을 나섰다. 집 밖에 설치된 온도계가 영하 십팔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해가 아직 돋지 않았으므로, 갸스빠르 노인은 빌트스트뤼벨 근처에서 짐승들을 기습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혼자 남은 윌리슈는 열 시까지 자리에 누워 있었다. 그는 천성적으로 잠꾸러기였다. 하지만 언제나 열심이고 일찍 일어나는 늙은 산안내인 앞에서 차마 그런 버릇에 자신을 방기하지는 못하고 있는 터였다.
그는 쌈과 함께 느긋하게 아침을 먹었다. 쌈 역시 밤이나 낮이나 불 앞에서 자기만 했다. 그는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이 무섭기까지 했다. 그리고 매일 하는 카드놀이의 필요성에 사로잡혔다. 억누를 수 없는 습관의 욕망에 사로잡힌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는 네 시에 돌아올 예정인 동료를 마중나갔다.
쌓인 눈 때문에 깊은 계곡 전체가 평평해져 있었다. 눈은 크레바스를 메웠고, 두 개의 호수를 가렸으며, 암석들 사이에 차 있었다. 계곡은 거대한 산봉우리들 사이에서 눈을 멀게 할 만큼 희고 얼어붙은 균일한 하나의 통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삼 주 전부터 윌리슈는 마을을 내려다보던 낭떠러지 끝에 가지 않았다. 그는 빌트스트뤼벨로 난 언덕을 기어오르기 전에 그곳에 가보고 싶었다. 로에슈는 이제 눈 밑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얀 외투를 뒤집어쓴 마을은 더 이상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오른쪽으로 돌아 뢰메른 빙하로 갔다. 그는 돌만큼이나 딱딱한 눈을 쇠가 달린 지팡이로 두드려 보면서, 산사람들의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가고 있었다. 그는 그 끝간 데 없는 눈의 장막 위에 움직이는 검은 점이 없는가 날카로운 눈으로 찾고 있었다.
빙하와 만나는 곳에 도착했을 때, 그는 걸음을 멈추고, 노인이 이 길로 갔을까 자문해 보았다. 그리고는 더욱 빠르고 더 걱정이 어린 발걸음으로 퇴석암들을 따라 올라갔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눈이 붉은 색을 띄어가고 있었다. 그 수정 같은 표면 위로 건조한 영하의 찬바람이 이따금 휘몰아치곤 했다. 윌리슈는 동료를 부르는 날카롭고 울리는 소리를 길게 내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산들이 잠들어 있는 죽음 같은 침묵 위로 날아올랐다. 그 목소리는, 바다의 파도 위로 퍼지는 새의 울음소리처럼, 멀리 얼음거품이 이는 것 같은 깊고 움직이지 않는 파도 위로 퍼졌다가 잠잠해졌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해는 저쪽 산봉우리 뒤로 넘어갔다. 석양의 노을에 의해 산봉우리는 아직 자줏빛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골짜기 깊은 곳은 벌써 잿빛이 되고 있었다. 젊은이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이 산들의 침묵, 추위, 고독, 겨울의 죽음들이 그의 내부로 스며들어 그의 피를 멈추게 하고 얼어붙게 할 것만 같았다. 그의 사지를 뻣뻣하게 해서 움직이지 않는 냉동인간으로 만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산장을 향해 뛰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가 없는 동안 노인이 돌아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노인은 다른 길을 택했고, 지금쯤 발치에 죽은 영양 한 마리를 놓고 불 앞에 앉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산장이 보였다. 하지만 연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윌리슈는 더욱 빨리 뛰었고, 산장의 문을 열었다. 쌈이 그를 반기며 뛰어올랐다. 하지만 갸스빠르 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당황한 뀅씨는 어느 구석엔가 숨어 있는 자신의 동료를 찾아내려는 듯 한바퀴 빙 돌았다. 그리고는 불을 지피고 수프를 만들며 노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따금씩 노인이 오는가 보러 집 밖으로 나갔다. 어둠이 내려 있었다. 곧 산봉우리 뒤로 넘어갈 것만 같은 가느다랗고 노란 초승달이 하늘과 땅이 맞닿은 선 언저리에서 빛나고 있는 어슴푸레하고 납빛이며 창백한 산속의 밤이었다.
젊은이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발을 불에 쬐면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상상해 보았다.
갸스빠르의 다리가 부러졌을지도, 구멍에 빠졌을지도, 발을 잘못 디뎌 발목을 삐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는 눈밭에 꼼짝 못 하고 누워 엄습해 오는 추위에 온 몸이 뻣뻣해진 채, 의식을 잃어가고 있을 수도 있었다. 아마 소리를 지르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디에서? 산은 너무 넓고, 너무 험하고, 너무 위험했다. 이런 계절에는 특히 심했다. 그 광대한 곳에서 사람 하나를 찾으려면 열명이나 스무명의 산안내인이 일 주일간 모든 방향으로 걸어야 할 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리슈 뀅씨는 만약 갸스빠르 아리가 자정에서 새벽 한 시 사이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쌈과 함께 그를 찾아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나갈 채비를 했다. 이틀분의 식량을 배낭에 넣었고, 강철 아이젠을 점검했으며, 가늘지만 튼튼한 긴 로프를 허리에 둘렀다. 쇠가 박힌 지팡이와 얼음 위에 계단을 깍는데 쓸 손도끼를 점검했다. 그러고나서 기다렸다. 벽난로에서는 불이 훨훨 타고 있었다. 덩치가 큰 쌈은 밝은 불꽃 아래에서 코를 골고 있었다. 벽시계가 공명이 잘 되는 나무통 안에서 심장처럼 규칙적으로 똑딱거리고 있었다. 그는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기다렸다. 가벼운 바람이 산장의 지붕과 벽을 스쳐갈때면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시계가 자정을 알렸다. 그는 소스라쳤다. 소름이 돋아 있고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불 위에 물을 올렸다. 길을 떠나기 전에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였다.
시계가 한 시를 울렸을 때,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쌈을 깨웠다. 문을 열고, 빌트스트뤼벨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다섯 시간 동안 그는 산을 올랐다. 아이젠의 도움으로 바위를 기어오르고 얼음을 깍으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따금 너무 급격한 경사가 있을때는, 먼저 올라가서 로프의 한쪽 끝에 매달린 개들 끌어올리기도 했다. 갸스빠르 노인이 영양을 찾아 종종 오르던 정상 근처에 그가 도달했을 때는 여섯 시쯤 되어 있었다.
그는 거기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그의 머리 위의 하늘은 어슴푸레했다. 갑자기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빛 한줄기가 그의 주위로 사백 킬로미터 정도 펼쳐져 있는 희끄무레한 산봉우리들이 이루는 대양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 어렴풋한 빛은 눈 그 자체에서 나와 우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멀리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들이 조금씩조금씩 살처럼 부드러운 장미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육중하고 거대한 베른 지방 알프스 산맥 뒤에서 붉은 해가 솟아올랐다.
윌리슈 뀅씨는 출발했다. 그는 마치 사냥꾼처럼 상체를 구부리고 흔적을 살피면서 개에게 명령했다.
“찾아, 쌈. 찾아.”
그는 이제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눈으로는 구덩이들을 살폈고, 이따금씩 소리를 길게 지르면서 불러도 보았다. 그의 고함소리는 광대한 정적 속으로 곧 사라져 버렸다. 그는 땅에 귀를 대고 무슨 소리가 나지 않나 들어 보았다. 어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뛰기 시작했고, 다시 소리를 질러 보았으나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는 지치고 절망해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정오쯤 돼서 점심을 먹고, 그 못지 않게 지친 쌈에게게도 먹을 것을 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수색을 게속했다.
저녁이 되었다. 그는 계속 걷고 있었다. 벌써 산길을 오십킬로미터나 걸은 후였다. 산장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나와 있었고, 더 이상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피곤했으므로, 그는 눈 속에 구멍을 하나 팠다. 그리고 준비해 온 담요를 덮고 그 속에 쌈과 함께 웅크리고 앉았다. 그들은 서로 몸을 붙이고 잠을 잤다. 사람과 개는 서로 상대편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었지만, 그래도 뼛속까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윌리슈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환영들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고, 팔다리는 오한으로 흔들렸다.
날이 밝을 무렵에 그는 일어났다. 다리는 쇠막대기처럼 뻣뻣했고, 정신은 극도의 불안을 못 이겨 소리를 질러야 할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 무슨 소리라도 들리면 소스라쳐 그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였다. 그는 불현듯 자신도 이 고독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그의 원기를 채찍질해 돋구었고 그의 기력을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그는 이제 산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면서 멀리 앞서간 쌈을 따라갔다. 쌈은 쩔뚝거리며 세 발로 걷고 있었다. 그들은 오후 네시가 되어서야 슈바렌바슈에 도착했다. 산장은 비어 있었다. 젋은이는 불을 지피고, 요기를 한 다음 잠이 들었다. 너무 얼이 빠져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잠을 잤다. 도저히 깨어날 수 없는 잠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어떤 이름을 소리쳐 부르는 목소리가 마비상태에 깊이 빠진 그를 흔들어 깨웠다.
“윌리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꿈을 꾸었나? 불안한 사람들의 꿈에 종종 나타나 이름을 불러대는 그런 이상한 소리인가?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아직도 들리고 있었다. 그 울리는 듯한 고함소리는 그의 귀에 들어와 그의 몸 안에 남아 있었다. 신경이 곤두선 그의 손가락끝까지 남아 있었다. 확실히 누군가가 소리친 것이다. 누군가가 “윌리슈!” 라고 부른 것이었다. 누군가가 거기, 산장 근처에 있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문을 열고 있는 힘을 다 내어 소리를 질렀다.
“갸스빠르, 당신이에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 어떤 소리도, 그 어떤 중얼거림도, 그 어떤 신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눈이 어슴푸레 빛나고 있었다. 바람이 일고 있었다. 돌을 부수어 버릴 듯한, 이 적막한 고지에 살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남겨 놓이 않을 듯한 바람이었다. 사막의 열풍보다고 더 메마르고 더 치명적인 돌풍이 지나갔다. 윌리슈는 다시 한번 소리쳤다.
“갸스빠르! 갸스빠르! 갸스빠르!”
그리고는 기다렸다. 산속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러자 어떤 공포가 그를 뼛속까지 뒤흔들었다. 그는 펄쩍 뛰며 산장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빗장을 채웠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의자 위에 쓰러졌다. 그는 동료가 숨이 끊어지는 순간에 자신을 불렀다고 확신했다.
그것은 확실한 일이었다. 살아 있는 것이 확실하고 빵을 먹는 것이 확실한 것처럼, 확실한 일이었다. 갸스빠르 아리 노인은 이틀낮과 사흘 밤 동안 어디에선가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구멍 속이나, 흰색이 지하의 어둠보다 더 불길한 협곡,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깊은 협곡 중의 하나에 빠져서 이틀 낮과 사흘 밤 동안 빈사상태에 있다가 조금 전에 자신의 동료를 생각하며 숨이 끊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영혼은 자유로워지자마자 윌리슈가 자고 있던 산장쪽으로 날아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지니고 있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는 신비하고 무시무시한 힘에 의해 그를 불렀던 것이다. 목소리 없는 그 영혼은 잠든 윌리슈의 지친 영혼에게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그 영혼은 마지막 인사를 건네게 위해 소리를 질렀는지도 모르고, 힐난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을 충분히 찾지 않았던 사람을 저주하기 위해서 소리를 질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윌리슈는 그 영혼이 거기에, 아주 가까이, 벽 뒤에, 방금 닫은 문 뒤에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한 마리의 야행성 새가 자신의 깃털로 불켜진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듯이 영혼은 떠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제 정신이 아닌 젊은이는 공포의 비명을 질러댈 지경에 놓여 있었다. 그는 도망가고 싶었지만 집 밖을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앞으로도 절대로 나갈 수가 없을 것이다. 늙은 산안내인의 시신을 찾아서 공동묘지의 축복받은 땅에 묻기 전에는, 귀신이 밤이나 낮이나 산장 주위에 머물 것이기 때문이었다.
날이 밝았다. 빛나는 햇빛을 보자 뀅씨는 약간 진정이 되었다. 그는 음식을 만들고 개에게도 수프를 주었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 고통스러운 가슴을 움켜쥐고 눈 위에 누워 있을 노인을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어둠이 다시 산을 덮기 시작하자, 새로운 공포가 그를 엄습했다. 그는 촛불이 어슴푸레 밝히고 있는 컴컴한 부엌안을 걸어다녔다. 지난 밤의 무시무시한 고함소리가 또다시 바깥의 음침한 정적을 깨지 않을까 귀를 기울이면서 부엌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성큼성큼 걸어다녔다. 이 불쌍한 젊은이는 자신이 혼자라고 느꼈다. 그 어떤 사람도 결코 느껴보지 못한 고독을 느낀 것이었다. 이 광대한 눈의 사막에 그는 혼자 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땅에서, 인가에서, 생명이 소란스레 움직이고 소리를 내고 고동치는 곳에서 이천미터나 올라온 곳에 그는 혼자 있었다. 얼어붙은 하늘 안에 그는 혼자였던 것이다! 아무 곳으로나, 무슨 수를 써서든지, 절벽에서 로에슈를 뛰어내려서라도 그곳에서 벗나고 싶은 미친 듯한 욕망이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는 감히 문도 열어 보지 못하고 있었다. 죽은 노인 역시 산속에 혼지 있기 싫어 그의 길을 막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자정쯤 되자, 걷기에 싫증이 난데다 불안과 공포에 지쳐, 그는 마침네 녹초가 되어 의자 위에 쓰러졌다. 마치 귀신이 나오는 장소를 두려워하듯이 그는 침대를 두려워했다.
느닷없이 전날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그의 귀를 찢었다. 소리가 너무 날카로웠으므로, 윌리슈는 귀신을 쫓기라도 하듯 팔을 벌렸고, 의자와 함께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그가 넘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깬 쌈이 짖기 시작했다. 마치 겁에 질린 개들이 짖듯이 짖어댔다. 그리고는 어디에 위험이 있는가를 살피려는 듯 집 안을 돌았다. 문 가까이 다가간 개는 문 아래 틈으로 코를 대고 헐떡거리면서 그리고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털들을 곤두세우고 꼬리를 바짝 치켜든 채 으르렁거렸다.
제정신을 잃은 뀅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의 다리 하나를 잡고 소리쳤다.
“들어오지 마, 들어오면 죽여 버릴 거야.”
그러자 주인이 협박하는 소리에 격앙된 개가 주인의 목소리가 향하는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미친 듯이 짖어댔다.
차츰 진정이 된 쌈은 불 근처에 와 엎드렸지만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머리는 치켜 들려 있었으며, 이빨 사이로는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윌리슈도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공포 때문에 신경이 쇠약해진 것을 느낀 그는 찬장에서 화주 한 병을 꺼내 잇따라 여러 잔을 마셨다. 머리 속이 흐릿해졌지만, 용기가 솟아났고 불 같은 열이 혈관 속에 스며들었다.
이튿날 그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술만을 마셔댈 뿐이었다. 그 후로 며칠 동안 그는 술에 취해 마치 한 마리의 짐승처럼 살았다. 갸스빠르 아리에 대한 생각이 날 때마다 , 그는 취기를 못 이겨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까지 술을 마셨다. 그리고는 엎어진 채로, 죽은 듯이 취해 손발에 힘이 다 빠지고 이마를 바닥에 처박은 상태에서, 코를 골았다. 하지만 그가, 정신을 잃게 하고 속을 태우는 듯한 알코올을 소화시키는 즉시, 언제나 같은 소리, “윌리슈!” 하고 고함치는 소리가 그를 깨웠다. 그것은 마치 두개골을 관통하는 한발의 총알 같았다. 그는 아직 술이 덜 깨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팔을 벌리고 쌈에게 구원을 청했다. 그러면 주인과 마찬가지로 미쳐가는 듯한 개는 문 쪽으로 뛰어가, 문을 발톱으로 긁고 하얗고 긴 이빨로 갉아댔다. 그동안 젊은이는 고개를 뒤로 젖혀 머리를 하늘로 향한 채 화주를 한 모금 가득 마셨다. 달리기를 한 뒤 마시는 시원한 물 같은 화주는 그의 사고력과 추억 그리고 광란의 공포를 잠시 후에 다시 잠재워 주었다.
삼 주 동안 그는 비축되어 있던 모든 알코올을 다 마셔 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되는 취기상태는 공포를 일시적으로 잠재울 뿐이었고, 그가 공포를 진정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순간부터 더욱더 격렬해져서 되살아났다. 한 달간 계속된 취기에 의해 부풀려지고,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끊임없이 커진 고정관념은 그의 머리속에 하나의 나사못처럼 박혔다. 그는 우리 안에 갇힌 짐승처럼 산장 안을 걸어 다녔다. 혹시 다른 사람이 문 밖에 있는가 들어 보려고 귀를 문에 대보기도 했고, 벽을 사이에 대고 그 사람에게 도전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피곤을 견디다 못 해 잠이 들면, 그 즉시 비명소리가 들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날 밤, 그는 마침내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겁쟁이처럼 뛰어가 문을 열어젖혔다. 자신을 부르는 이가 누군지 알아보고 강제로 그를 조용히 시킬 작정이었다. 그는 휘몰아치는 찬바람을 얼굴 가득 맞았고, 바람은 그를 뼛속까지 얼게 했다. 그는 쌈이 밖으로 뛰어나간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문짝을 닫고 빗장을 질렀다. 그리고는 벌벌 떨면서 벽나로 불에 장작을 몇 개 집어던진 뒤, 의자에 앉아 불을 쬐었다. 그러다 그는 갑자기 소스라쳤다. 누군가가 흐느끼면서 벽을 긁고 있었다.
그는 미친듯이 소리쳤다.
“꺼져 버려!”
하소연하는 듯한 소리가 대답했다. 길고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였다.
그러자 그에게 남아 있던 이성적인 것들이 모두 공포에 의해 사라져 버렸다. 그는 숨을 만한 구석을 찾기 위해 빙 돌면서 다시 소리쳤다.
“꺼져 버려.”
계속 흐느끼던 상대방은 벽에 몸을 비비면서 집주위를 따라 돌았다. 윌리슈는 식기와 비축된 식량이 가득 든 참나무로 된 찬장 쪽으로 뛰어갔다. 초인적인 힘으로 그것을 들어올려 문까지 끌고 가 바리케이드를 쳤다. 그리고는 매트리스, 짚방석, 의자 등, 남아 있는 모든 가구들을 차곡차곡 쌓아 마치 적에게 포위된 사람이 그러듯 창문을 막아 버렸다. 그러나 밖에 있는 상대방은 이제 음산한 신음소리를 크게 내고 있었고, 젊은이는 그와 유사한 신음소리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며칠 낮 며칠 밤이 지났다. 둘다 비명지르기를 그치지 않았다. 하나는 끊임없이 집주위를 돌면서, 마치 무너뜨릴 듯이 세차게 벽을 손톱으로 긁어댔고, 다른 하나는 안에서 허리를 굽히고 돌벽에 귀를 붙인채, 상대편의 모든 움직임에 신경을 쏟으면서 무시무시한 고함을 질러 상대방이 부르는 소리에 대답했다.
어느 날 저녁, 윌리슈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것을 알았다. 그는 너무 피곤에 지쳐 의자에 앉자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
그가 잠에서 깨었을 때, 그에게는 아무 기억도 없었고 아무 생각도 없었다. 지쳐서 잠들었을 때 그의 머리 속 전부가 비워져 버린 것만 같았다. 단지 배가 고팠다. 그는 먹었다.
겨울이 끝났다. 젬미 통로의 이용이 다시 가능해졌다. 오제 가족은 그들의 산장에 돌아가기 위해 출발했다.
오르막길의 끝에 다다르자마자 여자들은 노새에 올라탔다. 그녀들은 곧 만나게 될 두 남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길이 열리기가 무섭게 두 남자 중의 하나가 긴 겨울의 소식을 전하러 며칠 일찍 마을에 내려오지 않은 것에 대해 그녀들은 놀라고 있었다.
마침내 산장이 보였다. 산장은 아직도 눈 속에 파 묻혀 있었다. 문과 창문은 닫혀 있었다. 지붕 뒤로 약간의 연기가 나오고 있었고, 이것이 오제 영감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산장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는 문턱에 독수리들이 발라먹은 동물의 해골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옆으로 누워 있는 커다란 짐승의 해골이었다.
모두 그것을 살펴보았다.
“쌈인 것 같아요.”
어머니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갸스빠르를 불렀다.
“어이, 갸스빠르.”
집 안에서 고함소리가 대답했다. 짐승이 내지르는 것같이 날카로운 소리였다. 오제 영감이 다시 불러 보았다.
“어이, 갸스빠르.”
또 첫번째 소리와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와 두 아들, 이 세남자가 문을 열려고 애써보았지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들은 빈 축사에서 대들보 하나를 찾아 파성추처럼 들고 힘껏 집어던졌다. 나무로 된 문은 소리를 내며 부서졌고, 판자들은 조각조각 날아가 버렸다. 굉음에 집이 흔들렸다. 그들은 집 안의 쓰러진 찬장 뒤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머리는 어깨를 덮고 있었고, 수염은 가슴까지 자라 있었으며, 눈이 빛나고 있었고, 몸에는 누더기 조각을 걸치고 있었다.
그들은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루위즈 오제가 소리쳤다.
“엄마, 윌리슈야.”
그러자 어머니도 머리는 백발이 되었지만 윌리슈임에 틀림없다고 확인했다.
그 남자는 사람들이 가까이 오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손을 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질문에는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은 그를 로에슈로 데리고 가야 했고, 로에슈의 의사들은 그가 미쳤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무도 그의 동료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오제 처녀는 그 해 여름에 우울증으로 죽을 뻔했었다. 사람들은 산의 찬 기운이 병의 원인이라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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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드 모파상같은 훌륭한 작가가 되길 소망하며
모파상의 작품을 필사하였습니다. <문학과 사람들>을 찾아 주시는 많은 가족님들
국어사전과 함께 이 가을 모파상의 이야기에 빠져 보도록 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