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중...
로딩중...
문학과 사람들
글쓰기 (Alt+w) 글붙여넣기(Ctrl+v) ^^!
오늘의 최근글 , 최근코멘트 RSS
로그인 | 회원가입 | 둘러보기
08월 03 (일) | 배경음악             
  • 문학방
  • |
  • 창작방
  • |
  • 작가방
  • |
  • 커뮤니티
  • |
  • 마이페이지
 낙서장 ·방명록 ·대화방 ·접속자
커버스토리 ·
문.사 살짝 리뉴얼 했습니다. [6]
문.사 살짝 리뉴얼 했습니다. 6
- 작가방 -
시
소설
수필
작가와함께
이전작가방
 
> 작가방 ( 작가방 > 이전작가 게시판 )
· 이전 작가게시판입니다.
[연재] 암흑의 비 (8-아쿤)

     날짜 : 2005년 06월 11일 (토) 10:20:35 오후     조회 : 1635      


8. 아쿤


바로 코 앞에서 보는 제3의 존재는 아무리 보아도 현실감이 없어보였다. 그러
나 여자가 눈 앞에 보고 있는 광경은 그 누구도 반박해 볼 수 없는 현실의 일이
었다.
여자는 하얀 것과 검은 것의 사이에 검은색과 하얀색 줄기가 자기장처럼 가늘
게 퍼져 있는 것을 보았다. 검은 줄기의 기운은 검은 것의 팔 근육을 통해 흡수
되었고, 하얀 줄기의 기운은 하얀 것의 가슴을 통해 흡수되었다. 그것이 서로
의 몸으로 흡수되어 드러나는 형상은 아까 처음 여자가 보았던 것처럼 엄지 손
가락 마디와 흡사한 빛의 띠 모양으로 나타났다. 아무튼 검은 것의 몸은 검은
줄기를 경계로 탁하고 짙은 검은 빛을 띠어 갔고, 반대로 하얀 것은 하얀 줄기
를 경계로 윤기를 더해갔다. 그리고 유리처럼 맑은 하얀 빛의 띠가 검은 것이
그렇듯 하얀 것의 온 몸을 순환하듯 흘러 들면서 하얀 것을 새하얗게 물들여갔
다.
하얀 것은 얼마 안가 본연의 아름다움을 완전히 되찾았다.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생명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하얀 것은 원기를 되찾자 마자 거칠게 검은 것을 밀쳐냈다. 검은 것은 큰 덩치
와는 어울리지 않게 너무도 맥없이 뒤로 넘어졌다.
넘어진 검은 것은 등에 물컹하면서도 단단한 무언가가 박히는 것을 느꼈다.
광채를 잃은 붉은 눈이 내려다 보는 여자의 눈과 마주쳤다. 검은 것은 하얀 것
을 소생시키느라 소모된 에너지로 옴쭉 달쭉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자는 자
신의 발등에 실린 검은 등의 무게에 눌려 옴쭉 달쭉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리고 또 하얀 것은 갑자기 나타난 여자의 모습에 놀라 옴쭉 달쭉 할 수 없는 상
황이었다.
한동안, 암흑의 비를 제외한 그들 셋은 얼어 붙기라도 한 듯 꼼짝하지 않았다.



<뭐야, 너?>


하얀 것이 물었다.
밑에서 자신을 올려다 보는 붉은 눈에 압도 당한 여자는 사색이 된 채 간신이
하얀 것을 보았다. 그러나 여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짓눌린 발등에 저릿저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여자는 <끙>하는 신음소리를 내
며 그대로 쭈그려 앉았다.
하얀 것이 다가와 검은 것의 옆구리를 작은 발끝으로 툭툭 치며 여자를 내려다
봤다. 검은 것은 몹시 아픈 듯 <으으>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그가
뒤척일때마다 여자가 <끙끙> 소리 냈다.


<뭐냐니까 넌?>


하얀 것이 신경질적인 어조로 다시 물었다.
여자는 검은 것의 몸을 힘껏 들어 올려 옆으로 살짝 옮겨 놓았다. 힘을 잃은 검
은 것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여자는 잠시 애잔한 눈빛으로 검은 것을 보았다.
그리곤 다시 하얀 것에게 시선을 옮겼다. 검은 것은 불안 한 듯 여자와 하얀 것
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주시했다.


"못된 것. 고약한 것."


여자가 하얀 것을 향해 말했다. 하얀 것은 여자의 말에 갑자기 사악한 웃음 소
리를 흘렸다.


<하하하! 넌 못된 것 고약한 것이구나. 그런데 못된 것 고약한 것은 아쿤보다 <br/>도 더 요상하게 생겼네?>



여자는 황당했다. 순식간에 못된 것ㅡ 고약한 것이 자기 이름으로 둔갑을 한
데 대해서. 하얀 것의 단순한 사고에 대해서.
하얀 것은 여자에게 별다른 위험을 감지하지 않은 듯 바로 무시하곤 아쿤이라
불리는 검은 것에게로 몸을 돌렸다.



<무모한 녀석. 그 수모를 당하고도 모자라서 나를 다시 소생 시켰니? 네 더러 <br/>운 흑마술로 연명하는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끔직한 줄 알기나 해? 더러운 자
식! 추악한 자식! 어디 네 추한 모습도 소생시켜 보시지, 비겁한 자식아. 네 더
러운 욕망만 아니었어도 수많은 친구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어! 잘나빠진 네
소생술! 하등 쓸모도 없는 그 소생술! 오직 나에게만 적용이 되는 그 소생술. 어
디 네 자신에게도 부려 보시지!>



하얀 것은 아쿤의 얼굴을 세차게 할퀴었다. 금새 가늘고 긴 붉은 줄이 얼굴에
그려졌다. 아쿤은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아쿤의 얼굴에 그어진 줄 사이로 스며
들었다. 아쿤의 할퀴어진 피부가 눈물에 하얗게 녹아 내렸다. 하얀 것은 계속
아쿤의 얼굴을 할퀴었다. 보다 못한 여자가 소리쳤다.



“네 생명을 구해준 친구에게 이 무슨 짓이야!”


싸늘한 보라빛 두 눈이 여자를 째려 보았다. 여자는 그 서늘하면서도 섬뜩한 눈
빛에 심장이 다 오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어..어..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널 살린 은인이야. 으..은인에
게 할 짓이 고작 그것밖에 없어? 너희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그런 것이 허용이
되니? 치..친구라며? 유일한 너의 친구라며? 친구라면 그래선 아..안되는 거 아
냐? ”



하얀 것은 공포로 더듬 거리며 말하는 여자의 이야기에 자신의 행동을 멈추었
다.



<너도 아쿤의 손을 들어 주네?>



하얀 것은 순순해진 모습으로 빨갛고 하얗게 줄이 그어진 아쿤의 뺨을 바라 보
았다. 여자도 안팎으로 상처입은 아쿤을 보았다. 흉한 모습에 더해진 상처로 처
참하기까지 한 몰골이었다. 유순한 붉은 눈만이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아쿤...


“난 네가 알고 있는 못된 것 고약한 것이 아니야. 못된 것, 고약한 것은 바로 너
야.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잔악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네가 못된 것
이고 고약한 것이지.”


여자는 침작하게 또박또박 말했다. 하얀 것이 눈살을 찌푸리며 여자를 보았다.
아쿤은 여자에겐 시선도 두지 않고 오로지 하얀 것의 모습만을 뒤쫒았다. 아쿤
의 두 눈에는 불 같은 갈망이 다시 또 활활 타올랐다.


“넌 아쿤이 추하고 못생겼다고 싫어 하는 거니?”


여자가 물었다. 하얀 것은 대답하지 않았다.


“만약 아쿤의 생김새가 싫어서 그런거라면 넌 정말 나빠. 난 분명 봤어. 널 소
생시킬 때 아쿤의 모습이 변해 가는 것을. 그가 흉물스러워진 건 순전히 너 때
문이야.”



여자는 사랑스러운 하얀 것과 아쿤을 번갈아 보며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바
보 같은 아쿤을 위해 무언가 해 주고 싶었던 여자는 아쿤을 대신해서 자신이 지
켜보면서 생각했던 것을 이야기했다.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아쿤이 처음부터 저런 모습을 타고 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널 소생시킬 때 넌 점점 아름다워지고 아쿤은 점점 흉해졌단 말
야. 그래서 생각했어. 아쿤의 모습은 곧 네가 지녔어야 할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고. 그러니까 아쿤의 모습이 곧 네 모습일지도 몰라. 반대로 지금 네 모습은 아
쿤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고. 어찌됐든 아쿤이 저렇게 된 원인은 너야. 그러니
까 넌 그를 경멸하거나 싫어해서는 안 돼.”


<아쿤! 아쿤! 모두 다 아쿤! 아쿤! 이곳까지 와서도 아쿤!>


하얀 것은 은빛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다.
하얀 것은 괴로워 하는 모습마저도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여자는 자기도 모르
는 새에 천사처럼 예쁜 하얀 것에게 괴로움을 안겨 주게 되어 마음이 아팠다.
못된 것 같으면서도 막상 대하고 보면 아닌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주는 하얀 것
은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맑은 보랏빛 눈동자가 별처럼 반
짝 거렸다. 순간 여자는 자신을 향한 이쁜 눈빛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
다.


<아쿤이 나보다 더 좋아?>


여자는 하얀 것의 뜬금없는 물음에 당황했다. 하얀 것은 여러가지로 여자를 당
황시키게 하는데에 재주가 있는 듯 했다.


“아니, 뭐..그게…이봐! 뭐하는 짓이야? 그만 두지 못해!”



채 대답도 하기 전에 하얀 것은 아쿤의 검은 날개를 꾹꾹 밟아댔다. 아쿤의 < <br/>우아아~>하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여자는 정신없이 아쿤의 앞을 가로막
으며 아쿤대신 하얀 것의 발길질을 받아 내었다. 지금의 아쿤에겐 여린 하얀 것
의 발길질도 크나큰 상처가 될 터, 여자는 입술을 꾹 깨물고 아쿤의 날개를 자
신의 등으로 사수했다.



...9편에 계속...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전체 : 58건
고맙습니다 [1] 18년전 2,788
[기드 모파상 단편] 산 장 (1886년작) 18년전 5,633
[단편]가슴앓이(완결) 18년전 1,939
선인장과 이사벨라(완결) 19년전 2,723
[연재]암흑의 비 2부(2. 태앙의 아이, 달의 아… 19년전 2,120
[짧은이야기, 여섯] 인간다운 인간이란?? 19년전 1,983
나의 별 10 19년전 2,005
[단편] 너의 속눈썹엔 슬픔이 맺혀 있다.(완결 [1] 19년전 2,894
[짧은이야기, 다섯] 손 19년전 2,014
환상의 섬 [1] 19년전 2,856
[연재] 암흑의 비 2부 (1. 유토 시련의 날) 19년전 2,037
[짧은 이야기 넷] 현재에 대한 영원의 기다림 [1] 19년전 2,924
[단편] 맥주와 순대(완결) 19년전 2,244
[짧은이야기. 셋] 구름 해바라기 [4] 19년전 2,899
외침 [3] 20년전 2,631
[연재] 암흑의 비 (9-약속) 20년전 1,607
 [연재] 암흑의 비 (8-아쿤) 20년전 1,636
[연재] 암흑의 비 (7-놀라운 일) 20년전 1,624
[짧은이야기, 둘] 착한 톨스토이가 웃는다 [2] 20년전 2,640
[연재] 암흑의 비 (6-죽지 마!) 20년전 1,729
123  last
 
문.사소개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 포인트정책    
문.사 태어난 날 : 1999.09.01, 문.사 태어난 후 : 9469日 지남, 문.사 태어난 후 : 26주년
Copyleft (c) 문학과 사람들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