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간첩으로 남파되었다가 친구의 밀고로 붙잡힌 윤혁은 비전향수로서 지옥 같은 독방생활을 견뎌왔지만 사회주의의 성지였던 소련의 몰락과 점점 어려워져만 가는 북한의 경제사정을 통해 사회주의의 몰락을 확인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다 결국 자의반타의반으로 전향을 하게 되고 남한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감시와 간첩이라는 꼬리표 속에서도 아무런 사심 없이 자신을 따르던 어린 두 자매와 강민규가 어렵게 구해준 번역 작업을 통해 조금씩 남한에서 살아갈 ‘인간 연습’을 시작한다.
그리고는 사상의 틀에 갇혔던 지난날의 아픔을 말끔히 씻어줄 만큼의 행복감으로 책이 마무리된다.
한 인간의 삶은 개인들이 모여 조직된 사회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인민에 의해 만들어지고 꾸려가는 평등한 세상, 사회주의! 하지만 이런 이상적인 이론만으로는 사회를 움직이는 수많은 변수와 구성원의 다양성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다. 이를 무시하고 외면했기에 소련이 붕괴되고 사회주이 이론이 위기에 내몰린 것은 아닐까.
결국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양분된 사회에서 상처받은 한 인간을 통해 양 체제의 이상과 모순을 보여줬다.
하지만 책은 사상이라는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래의 편안한 글쓰기를 통해 잔잔히 녹아내린 느낌이다. 한줄 한줄 글쓰기 연습에 몰두하는 초등학생처럼 침착하게 읽혀진다. 마치 역경을 딛고 일어나 행복을 일궈낸 한 인간의 자서전 같다고나 할까.
연일 텔레비전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뉴스로 가득하다. 세계에서 좁아진 입지를 회복하려는 과시성 “쇼”인지 무력도발을 위한 준비단계인지 그 원인을 분석하느라 야단이다.
채널을 돌리자 정장차림의 FTA회담장과 이를 반대하는 붉은 머리띠의 시위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석유값 인상소식이 들리는가 싶더니 북상하는 태풍소식으로 떠들썩하다.
나는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 앞에는 무심한 듯 리모컨을 만지작거린다... ...
우리는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연습, 그 인간 연습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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