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상 메토”
당신은 누군가에게 켈상 메토와 같은 존재인가?
켈상메토란 티베트 어로 “행운의 꽃” 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독일의 “사브리예 텐베르켄” 이라는 26살 여대생의 티베트 이름이다.
대학생이 되어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켈상 메토다. 그녀는 시각 장애인이다. 그리고, 티베트에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학교를 세웠다. 현실적으로 그녀의 꿈은 이루기 어려워 보였다. 난 그저 한편의 소설이려니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었지만, 그녀가 정말 꿈을 이뤄냈고, 그 가운데 만난 티베트 꼬마 소년들 이야기에 빠져버렸다.
나에게는 특별한 꿈이 없다. 난 그저 평범하게 남들만큼 살고 싶었다. 졸업하여 임용고시를 봐서 유치원 선생님을 하든지, 크게 꾸어도, 호주에서 유치원 선생님을 하는 것 외에 더 큰 꿈을 꾸지 못했다. 나의 시야는 너무 좁고, 용기가 없다. 그러나 켈상 메토는 달랐다. 그녀는 티베트라는 황무지에 학교를 세우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교를 말이다. 그녀의 꿈이 멋있었다. 그 보다 더 그녀가 마음에 든 건 꿈을 이루기 위해 사전답사를 하고, 학생을 찾아나서는 모습이었다. 용감하고, 행동력 있는 그녀가 좋았다. 그래도 ‘과연 가능할까?’ 그녀의 생각에 토를 달며 한 장 한 장 그녀의 걸음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첫 페이지를 읽으며 ‘시각장애인이 쓴 글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을 못 본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섬세히 풍경을 표현하고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그 표현들이 그녀의 시각을 제외한 사감을 이용한 체험과 상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현실과 다를지언정, 그녀만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엿보는 것도 재밌었다. 병마가 그녀의 시력을 앗아갔지만 신은 그녀에게 상상력과 뛰어난 사감을 주었으니 그녀의 생각인 들 어떠리, 그녀만의 장점이지 않는가?
그녀의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은 티베트의 지형만큼 험난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이 있으면, 우기의 폭우처럼 큰 시련이 닥치기도 하나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 학교설립을 위한 부지를 쉽사리 마련하지만, 그 사람들의 돌변해서 학교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믿고 신뢰했던 교사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재정지원을 받기로 한 단체의 무관심으로 재정난을 겪기도 했다. 그 때에 그녀는 다른 이에게 손을 벌리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했다. 혼자서 해결하려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재밌는 것은 어려울 때에 기적같이 도우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다. 더 좋은 교사가, 더 좋은 부지가 생겼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일이 생기나 보다.
책을 읽다 불현듯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야말로 그런 일이고, 그녀와 함께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녀의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가망 없는 꿈이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티베트에 장애인을 위한 학교도 설립하지 않았나?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고, 사지육신은 행하라고 있다 생각한다.
사람들은 세상이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추하고, 악한 것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브리예 텐베르켄은 다르다. 상상 속에서 세상을 그리고, 그래서 때로 그녀의 세상은 실제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그녀가 친구와 같은 길을 갈 때 사실은 시멘트 길에, 나무가 벽처럼 쌓인 길이지만, 그녀만은 숲 속에 나뭇잎 사이로 햇볕이 비취는 길을 걷는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용기의 크기의 나름인 것 같고, 실천하기 나름인 것 같다.
의미없는 삶은 싫다. 치열하게 치고박고 싸우며 살기도 싫다. 사랑으로 누군가를 도우며 한박자 천천히 세상을 데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브리예 텐베르켄이 티베트에서 “켈상 메토” 이듯, 나라는 존재가 세상속의 또 다른 의미의 “켈상 메토”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