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사다가 책장에 꽂아둔 ‘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노랫소리를 따라 남도 뱃길을 흘러간다.
‘공 격 하 라 ~ 물 러 서 지 마 라~!’라 외치던 한 사극의 장군상 때문인지 공격을 독려하는 이순신 장군의 칼짓이 눈앞에 그려진다.
짧고 간결한 문장은 장군의 심리적 상황뿐만 아니라 명랑과 노량에서의 전투를 박진감 있게 표현한다.
둥.둥.둥. 출진 북소리가 울리면 책장위로 바닷물이 출렁거리고 그 위로 대장선과 거북선이 적을 향해 돌진한다. 이순신의 마음이 되어, 그의 칼이 되어 왜선을 무너뜨린다. 시퍼런 칼날의 군더더기 없는 순수함으로, 단칼에 쓸어버리는 '일필휘지'의 간결함으로 이순신을 노래한다.
또한 여러 기록(난중일기, 선조실록, 장계 등)을 바탕으로 백의종군할 때부터 마지막 노량해전까지의 이순신을 사실적으로 서술한다. 어떻게 성웅이 되었는가가 아니라 자신이 죽어야 할 사지(死地)를 찾아가는 무장의 모습으로, ‘적군의 적군’으로 전쟁에 임하는 군인의 모습으로 담담히 그려진다.
위인전에서나 볼 수 있는 신화화 된 인물이 아닌 고뇌하고 갈등하는 한 인간으로서 마주게 된다. 군대를 통솔하는 지엄한 사령관은 물론 한 가정을 책임지는 아버지로, 전쟁 속에 휘둘리는 중년 남성으로 그를 만난다.
검푸른 남해바다와 울렁이는 대장선은 아니지만, 번잡한 도심의 비좁은 지하철에서 <<FONT style="BACKGROUND-COLOR: #fff000" color=#ff001e>칼의 노래>를 들었다. 전쟁의 혼란함과는 대조되는 단순하고 절제된 표현들에 몰입되어 나만의 배에 오른다. 졸고 있는 앞사람은 상상도 못할 필살의 해전이 지하철 귀퉁이에서 펼쳐진다.
한 여인을 몸에 품고 적군을 생각한다. 그리고 군율을 세우기 위해 부하의 목을 배고, 출진을 명한다. 넘실거리는 바다에서 학익진으로 적선을 몰아붙인다. 날아드는 적탄을 피하며 칼은 '피'를 노래한다.
순간, 목적지에 도착한 ‘나’를 발견한다. 칼에 묻은 피를 뿌려 씻으며 지하철에서 내린다. 대장선에서 내린다.
남해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 새벽, 인근 산에 올라 해우가 낀 남도 바다를 굽어보고 싶다. 그래서 칼을 잡고 굽어봤을 장군의 사지을 둘러보고 싶다.
나의 사지는 어디인가...
PS : 이순신 할아버지! 거북선으로 ‘Sea Of Japan'의 ‘다께시마’부터 몰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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