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쯤에 문예창작반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이라서 한 번쯤 읽고 싶어서 학교 도서실에서 바쁘다는 친구의 말도 뿌리친 채 빌린 책이다. 저녁이 다 되서야 생각이 나서 책 한권을 끼고 있는 엄마 곁으로 가서 이웃 집들의 불빛이 거의 꺼질 때까지 열심히 독서를 했다. 황선미 선생님께서 쓰신 이 책은 부모의 마음이 잘 묘사된 작품이었다. 암탉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자신에게 맏겨진 초록머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뭐든지 방해가 되는 것이 있다면 없애주려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훗날 내가 부모가 될지 안될지는 잘 모르지만 만일 내가 선교사가 된다면 모든 이들에게 암탉과 같은 희생정신을 발휘하고 싶다. 그냥 그들의 배부르고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당 식구들은 사회를 이야기하고 암탉은 사회 안에서 자란 보기드문 천사이며 청둥오리는 천사를 만든 장본인, 초록머리는 사회 안에 있는 천사 속에서 자란 훌륭한 인물이다. 나 뿐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들은 암탉처럼 살기를 바라고 사회를 비판하는 눈을 가지고 그러한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정작 살면서 바라보는 그들의 삶속에는 어쩔 수 없이 베어져있는 사회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마당 식구들이 나쁘다고 비판할 수 없는 것은 그들도 힘들고 아픈 상처가 치유되지 못했기 때문에 암탉에게 강인한 모습만을 보이려고 했기에 나쁜 모습만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가장 위협적이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족제비'이다. 족제비가 뽀얀오리를 잡아먹고 청둥오리를 잡아먹고 병아리와 닭들을 잡아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족제비를 비난하는 이유는 사회에서 쏘아붙는 불씨에도 힘이드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공격하는 불화살이 되어 날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단 한가지는 사회의 불씨와 공격의 불화살도 견뎌내며 살고 나중에는 죽음이란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는 것이 인생이란 것, 그것 하나에 중점을 두고 읽었다는 점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란 이 책은 어미라는 생명체의 눈에서 보이는 것을 써서 잔잔한 감동을 준 것 같다. 사랑하는 어머니라는 점에 대해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4시간이 주어져서 참으로 행복했었다. 끝으로 희생을 다하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봉사, 사랑, 기부 등이 있다. 그러나 부모님의 사랑이 그 어떤 것에 비할 수가 있으랴? 희생이란 기점에서 바라본 세상의 모습에서 부모님이라는 존재를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