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을 읽고..
우리는 누구나 사춘기를 겪기 마련이고 또 사춘기 때의 특징인 이성에 대한 관심과 부모에 대한 반항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사춘기 때의 사랑은 지극히 충돌 적이지 않을 수 없다.
<동백꽃>의 作家 김유정은 작품 세계의 인식 방법을 냉철하고 이지적인 현실 감각이나 비극적인 진지성보다는 인간 회화적인 해학미가 넘쳐 있다. <봄봄> <금 따는 콩밭>에 나타나 있듯이 농촌의 문제성을 노출시키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능동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웃음으로 치환시키며 구조화한다.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이 소설의 서술자인 '나'는 순박하다 못해 어수룩한 소년이다. 이에 비해 점순이는 말괄량이와 같은 소녀로서 나의 아버지가 소작을 든 땅 주인의 딸이다. 그런데 활달한 점순이는 '나'에 대해서 친밀한 정을 가지고 가까워지려고 하나, 순박하기만 한 '나'는 이런 점순이의 기묘한 느낌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자 점순이는 이런 무심한 태도에 반발이라도 하듯 자기네의 힘센 수탉으로 하여금 소년네의 약한 수탉에 공격을 가하게 한다. 소년의 수탉이 여러 차례 참패를 당하게 되자, 분격한 소년인 '나'는 수탉에 고추장을 먹여서 마침내 반격을 가하나 별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산에서 나무를 지고 내려오다가 보니, 산 기슭에서 또 점순이가 닭싸움을 시키고 있었는데 우리 닭은 거의 빈사 상태였다. 홧김에 점순이네 수탉을 때려죽인 '나'는 겁이 나서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점순이는 용서해 주겠다고 하며, '나'를 잡고 동백꽃 속으로 넘어져 버린다.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수탉의 싸움은 단순한 힘의 경쟁으로서보다는 상대방의 관심과 의사의 충동적인 표현과 전달 및 애정 표현이 막혀진 데 대한 반발의 매개체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결국 닭이 두 사람의 관계가 결정지어지는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어쨌든 이 작품은 향토색 짙은 동백꽃의 배경 속에서 인생의 봄을 막 맞아서 성숙해 가려는 사춘기 때의 충동적인 사랑을 김유정 특유의 해학적인 면에 의해 잘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