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벅의 " 대지 ">
소설 '대지'를 읽고...
내가 '대지'라는 소설을 익게 된 가장 결정적인 동기는 내 앞에 던져진 여름 방학 숙제라는 것보다는 이 소설은 읽어보
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보편화되어 있었던 것과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서양 사람이 썼다는데 있다.
'대지'라는 제목을 보면 땅에 대한 이야기, 땅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소설이라는 것을 금방 짐작 할 수 있었다. 두꺼운 책
을 읽는데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읽고 난 후에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잔잔한 감동의 파문이 일었다. 너무 빨리 달아
오르면 금방 식기 마련이다. 나에게 있어 천천히 달아오른 그 감동의 느낌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져 갔다.
농사꾼의 자식 왕룽은 말수는 적었지만 지혜가 많은 아네 아란과 생활을 꾸려 나간다. 흉년이 들어 남쪽 도시로 가 살게
되었는데 전쟁 후 우연히 아란은 보석을 손에 넣게 되지만 왕룽은 그 보석으로 찻집에 드나들다 찻집 여자 렌화를 둘째
부인으로 맞아들이게 된다. 왕룽의 계집종 리화는 왕룽이 죽고 나서도 왕룽의 백치 딸과 곱사등이 손주를 잘 보살펴 준
다.
소박하고 부지런하던 왕룽도 돈 앞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돈을 선택했다. 지금의 현실이 그렇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돈이 아니면 될 것도 안 된다는 것이 요즘 현실이라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왕룽이 그렇게 변하게 된 것도
역시 돈에 있다. 그리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을 바라다가 그 일이 이
루어지고 나면 더 큰 것을 이루는데 급급한 것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서 왕룽이란 인물은 아주 보편적인 인간상, 지극히 평범하고도 인간의 내면적인 욕망을 잘 드러내 주고 있었다.
왕룽에게는 세 아들이 있는데 그 중 셋째 왕후는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군인이 되어 훌륭한 장군으로 이름을 떨친다. 왕
후는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격의 소유자인 아들 왕위에게 자신같이 늠름한 모습을 강요하지만 왕위는 그에 따르지 않는
다.
왕후도 인간이라 많은 전투로 건강이 무척 약해지고 신경쇠약과 정신 이상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때 왕위는 자신이 사랑하는 메이링과 사랑을 확인하고 키스를 하며 이 글은 끝을 맺게 된다.
「대지」에는 여러 가지 형의 여성이 등장한다. 말수는 적으나 인내심이 강하고 지혜가 많은 왕룽의 아네 아란, 질투심이
많은 왕룽의 둘째 부인 렌화, 빈틈없는 렌화의 하녀 뚜챈, 인정이 많은 계집종 리화...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왕룽의 첫째 아들을
통한 인간의 탐욕과 무능, 둘째 아들을 통한 인간의 물질에의 욕망, 셋째 아들을 통한 반항심과 자주성을 드러내고 있었
다.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 왕후의 군인생활 이었다. 다른 내용보다도 어떻게 해서 장군이 되어 가는지 또 하나의 다른 이야
기처럼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던 점이다. 왕후의 전쟁장면에서도 영토를 빼앗기고 빼앗는 것의 연속이 대지의 중요성을
희미하게 나마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여기서 왕후는 전형적인 영웅상, 이상적인 인물로 나타나 있는 것도 흥미를 돋구
는데 한 몫 한 것 같다.
「대지」를 읽고 나서 또 한번 감탄을 한 것은 작가에 있다. 미국 여류작가인 펄벅이 자신의 소설을 영어권 나라도 아닌
아득히 먼 아시아 대륙의 중국을 배경으로 했고 중국을 너무나도 잘 묘사한 데다가 서양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일부다처
제라는 문화를 이해하고 이 소설을 썼다는데 나는 더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아쉬웠던 점은 제일 끝 장면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왕위와 메이링은 사랑을 나눌 만큼 여유가 있었는지 이
해가 안된다. 물론 왕위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모든 면에 있어서 수없이 강요를 받아왔지만 그래도 아버지인데 돌
아가셨을 때 적어도 슬퍼하는 기색이라도 보여야 할텐데... 거기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버지의 모든 것이 자기의 것
이 된다는 둥 그런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대지」는 2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 만큼 규모가 컸지만 산만하지 않았고 깔끔한 맛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점은 책을 읽고 난 후의 개운함과 잔잔한 감동이었다. 이 책은 누구나 읽어도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감히
나는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