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많은 편지를 받는다고 해서 영화 배우가 나보다 좋을
것도 없다. 여성 독자로부터 팬 레터를 받는 신문 소설 작가도
나의 선망의 대상은 아니다. 그런 편지들은 사카린을 탄 주스나
순설탕 사이다 아니면, 고작 코카콜라나 몇 번 울거낸 커피 같은
것들이다. 좋은 차의 향취는 없다.
기다리던 여성과 이야기를 시작한 지 오분이 못가서 싫증이 나는
수가 많다. 아름다운 여성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그런 일이 많다.
자색과 애교가 이야기에 어느 정도의 흥미를 보충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편지에 있어서는 이런 도움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매력
있는 표정을 하는 여성의 편지도 기쁨을 주기 어려운 것이다.
내가 받고 싶은 여성의 편지는 아베라드한테 한 에로이즈의 편지,
예이츠에게 보낸 모오드곤의 편지, 보존된 것은 없으나 황진이의
편지 그런 것들이다. 여기 이런 편지가 있다.
'이것은 오늘 내가 쓴 제4의 편지입니다(다른 석 장은 찢어버렸
습니다. 이것은 부칠 작정입니다). 이 편지도 쉬 받으시지는 못
할지도 모릅니다. 전번 편지 답장이 오기 전에는 이 편지를 부치
지 않을테니까요. 배달부는 거북이에요. 아주 미운 거북이에요.
내가 가진 돈을 다 털어서 긴긴 전보를 치고 싶습니다. 정신분석
은 하지 마세요.
어젯밤은 창을 열어놓고 잤습니다. 여기의 공기는 과실과 같습
니다. 약보다 낫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책을 읽었습니다. 숲
과 들과 산과 자갈 깔린 저 해안을 거닐고 싶습니다. 때로는 엷
은 스웨이드 장갑을 끼고 도시에 가서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카페에 앉아서 오래오래 차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
보고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인정이 있고 언제나 배우고 그렇
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영화를 보며 자기가 주인공인 양 좋아하는 그런 어리석은
사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존 미들톤 머리가 아니라도 캐스
린 맨스필드의 이 편지를 즐겨 읽는다. 그리고 인기 배우를 부
러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