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찾아왔다던 단 한번의 사랑은 외롭기 만한 짝사랑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사랑'이란걸..꼭 그렇게 힘들고 어렵게 경험해야만 했던 것일까..
내가 경험했던 유일의 사랑은 혼자 하는 사랑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얘기할 수 있는 사랑은 혼자 하는 사랑뿐이다.
그때의 상처가 너무 컸는지,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게 되었고, 내 심장도 뛰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디어져 가고 둔감해져 갔다...
그를 볼 때마다 느껴야 했던, 몹시 혼란스럽고 당혹스런 감정을 갖고 있었던 그 시절엔....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그때의 그를 향한 뜻 모르던 나의 감정이나 생각들이 그에 대한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에 휩싸여, 그의 모습만을 쫓으려는 나의 모습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가 없는 지금에서야 알게 되다니. 우습지 않은가??
사랑이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속끓이며 애달파하던, 십대의 내 모습은 늘 고뇌에 차 있었다.
그땐, 정말이지 그런 감정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나와 다른 이성을 떠올린다는 건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큰일날 짓인 줄만 알았었다.
순진하게도... 난 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십대의 나이에도 사랑은 있을 수 있으며, 이성친구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왜 난 알지 못했으며, 인정하려 하지 않았는지....
아마도 감수성 예민한 소녀 특유의 청교도적인 결벽성과 고아한 자존심 때문이었으리라.....
이성은 아니라 하는데 감정은 그에 반하기만 하니..어찌 괴롭지 않으리요..
나의 의지와는 달리 그를 떠올리게 되는 나의 모습에 당황해하며 갈등이 많았던 그 시절...
남몰래 그를 지켜보면서 설레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애쓰던 내 십대의 시간들...
이미 수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해 그리워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을 있게 했던 사람. 나의 두볼을 발갛게 물들게 했던 사람. 나의 가슴을 한없이 뛰게 했던 사람인 그를 떠올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가 아니면 다시는 어느 누구도 나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아닌 사람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할 줄이야.....
설레임의 감정...얼마 만에 느껴보는 기분인가!! 아직도 뛸 수 있는 가슴을 지니고 있다니...
내 이성도 제어하지 못하는 설렘과 열정이 되살아나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새로운 세상 속에서 보게 되는 사람들과의 대화들.... 그리고 그 속에서 알게되는 삶의 향기...
아무 의미 없이 겉도는 말들로 허탈감에 빠질 때도 있지만, 개중엔 보석과도 같은 소중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를 만날 때가 있다.
난 그들의 이야기에 도취되어 한없이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곤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슴을 설레이게 하고,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내 첫사랑의 그와는 다른 향기를 지니고, 나의 가슴을 감동시키는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떠올린 한마디는....'사랑하고 싶다'였다.
이제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보고 싶다.
더 이상은 차갑고 냉정한 모습으로 마음을 닫아두는 일은..그만하고 싶다...
난 이렇게... 다시 뛰는 가슴과 설레임의 흥분을 느끼게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