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원고지와 연필만으로도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그땐 내 생각을 옮길수 있는 그 작은 도구들만으로도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 나는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박완서님의 소설제목이 떠오른다. 아마도 이 말의 의미는 작은일에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는 얘기겠지...그래서 한없이 단순해 질수 있다는 말이겠지.
산다는것은 말할 수 없이 신비롭고,아름다운 확실치 않은 많은 기대로 쌓여 있긴 하지만,아주 유치한 3류 소설같기도 하다는 말이겠지...끊임없이 웃고,울면서도 그러한 일들에 지치기도 하면서도 눈을 감는 날까지 되풀이 할수 밖에 없다는 말이겠지.
작은것들에 연연하며 웃고 울고 그것이 나의 모습이라는 말이겠지. 그것이 나의 모습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겠지...
아주 가끔은 유행지난 노래같은 삶을 살고 싶다.
모든 사람이 기억하고,즐기진 않지만...소수의 사람들이 기억하고 흥얼거리고 있는 아주 오래된 노래.적어도 그 사람들에겐 특별한 노래.잊혀지지 않는 노래..그런 삶을 살고 싶다.
더이상 원고지와 연필만으로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나를 만날때마다 암담해지곤 한다. 너무나 많은것을 원하는 나를 느낄 때마다 속상하기도 하고, 낯선 내 모습이 안쓰럽다.
하지만, 예전에 내 모습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을 난 지금 가지고 있다. 바로, 무모한 기대를 하지 않을 줄아는 조금은 자란 나의 맘. 더이상 가능성 없는 일들에 날 던지지 않는 조심성.
잃는것이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다는 사실. 새삼 살아가며 얻게되는 것들로 인해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