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확인하게 되는 메일.
정말 습관이 되어 버렸다.
정에 굶주려 있던 내게 웃음을 선사했던 메일 친구들.
요즘 그들의 소식에 집착하게 되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난 두렵다. 메일을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을 하게 되는 내 자신을 돌이켜 보면서.. 후에 상처 입게 될 모습에 두려워진다.
그래서 선택을 한 것이 그들과 연락을 끊는 것이었다. 그러면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나 역시 습관적으로 메일-함을 확인해 보지 않아도 된다.
하나 하나 글을 써줘야 하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병적으로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선택한 것은 관계를 정리하는 것.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나를 두고 이기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냉정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말한다.
난 한없이 나약하고 여린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라고...
모르는 사람들은 말한다.
강하고 견고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웬만해선 타격도 받지 않을 거라고....
그러나 난 말한다.
내가 강하고 견고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건 깊이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아주 소소한 것에도 상처입고 아파하는 게 나라고.
내가 단단하게 무장하는 건 진정.. 상처받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고.
쉽게 마음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것도, 냉정을 가장하고 좀처럼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것도,실은 상처받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고.
난 항상 내가 먼저 관계를 정리하곤 했다. 상대가 먼저 말하기 전에 선수를 치는 것은 나의 전문이다. 난 아픔을 견딜 자신이 없기에...내가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이다.
남모르게 상처받고 아파하는 거..정말 싫다.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 다른 이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또 서서히 잊혀져 가는 존재로 전락해 버릴까봐 먼저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메일로 만난 친구들이라고 해서 예외일수는 없다. 언젠가 그들과 소원해질 것이고, 그들은 점차 소식을 전해 오지 않게 되겠지..소식이 뜸해진다는 건 서서히 관계를 정리하고픈 그들의 마음일 지도 모르는 터.. 그럴지도 모른다는 내 생각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난 몹시 상심할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난, 속절없이 그들의 메시지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메아리 없는 글을 띄우면서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 가는 내 모습을 두고 볼 자신이 없다.
그래서 .. 그래서.... 내가 먼저 '마지막'이라는 글을 매번 띄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이 죽기보다 싫기 때문에...
언제나 나는 새로운 메일 친구를 만들 때마다 말한다.
만약에 둘 중의 하나가 싫증이 나서 그만두고 싶어질 때는 확실하게 그러한 의사를 전하자고.
그래서 서로에게 기약 없는 기다림의 고통을 주지 않기로 하자고.
그리고 매번 그 말은 내가 먼저 꺼내게 된다.
허탈하고 맥빠지는 관계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맺는 이유는... 사람이 그립기 때문이다.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에 사람의 향기로 채우고 싶어, 메일 친구들을 찾지만.. 결국 나의 이기적이고 편집증적인 집착으로 인해 지속시킬 수 없는 결과만 낳게 된다.
그렇다... 연락이 뜸해진다 싶으면 .. 과감히 끊어버리고 마는 나의 행위는.. 속절없는 기다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방어 본능적인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매정하고, 냉정하고, 차갑다고 하는 사람들은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내 마음이 아주 견고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아주 약하다는 것을 말이다.
상처받기 전에 떠나 보내려는 내 마음을 그들이 안다면, 그런 말 결코 하지 못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