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오면 으례 젊은이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오거나,
삼삼오오 어울려 이곳저곳 다니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내 나이 18, 토요일 오후에 나른함이 느껴진다는 것은, 그들만큼 즐겁거나,
크게 슬프거나 하는일이 없이 그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인데,
이 생기 넘치는 나이에 맞는 주말 오후는 내게 너무도 권태롭고, 여유롭다.
물론 이것이 크게 불편을 주거나,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뜨려 버린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왁자지껄 몰려 다니는 보통아이들의 무리속에 섞이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누군가 생각 하고 있는 특별함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그저 보통의 어린아이에 불과 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항상 이유없이 그들을 바라보는 눈빛에 동경이 맻힌다.
어려서 부터 폐쇄 적인 성격으로 사람들과 말하기를 무척 두려워 했었던 나는, 커가면서 두려움이었던 그것이 차츰 내 속에서 자리잡아 더이상 두려움이 아닌 나의 인격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무감각. 크게 사람들과의 대화가 오고 가는것을 꺼려하지도 않고, 가끔 실없는 농담도 할줄 알게 되었다.
글쎄, 그들과 나사이에 섞이게 해 주는 용해액이 부족한 걸까. 나는 아직까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것이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섞이기를 거부조차 못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더니,
이젠 나른한 토요일 오후에 혼자서 읽어 버릇 했던 책도 질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