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이것은 예전에 유행한 '하숙생'이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나그네! 가족과 친구를 잠시 멀리 떠나 있는 나그네, 산 설고 물 설은 곳을 떠돌아다니는 나그네.... 이들 나그네들 중에서도 가을 나그네처럼 쓸쓸한 나그네는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푸르던 나뭇잎들은 빨갛게 물들어가고, 기럭기럭 기러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가을은 왠지 우리들의 마음을 서글퍼지게 합니다. 더구나 아늑한 가정, 포근한 고향을 떠나 하숙방이나 여관방에서 가을을 보내야 하는 나그네의 마음인들 얼마나 공허할 것인가? 애끓는 바이올린의 선율처럼 귀뚜라미의 구슬픈 코러스라도 들리는 날이면 가을 나그네의 마음은 섣달 그믐날 밤의 노처녀 심정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객지생활 3년에 골이 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객지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궁핍해져서 남을 게 없다는 말일 것입니다. 참으로 하숙생이나 나그네는 외로움을 숙명처럼 지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만연히 집을 나서 만연히 돌아다니는 낭만파 관광 나그네든지, 아니면 업무차 출장 길에 오른 사무파 출장 나그네의 마음은 구멍이 뚫려있기 마련입니다. 풍만한 해방감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나그네들에게 있어서 가을밤은 고요의 심연이요, 그리움의 무도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고 온 가족과 친구가 그리워지고 추억 어린 고향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수가 없지도 않습니다.
뜨락에서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기다리던 임이라도 오는가 싶어 달려가 반겨 맞아드리고 싶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다정 다감한 가을 나그네들은 가을밤에 잠을 설치게 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10월은 관광과 여행의 달입니다. 단풍이 곱게 물든 명산을 찾아가는 사람, 역사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고적을 찾아가는 사람, 아무튼 10월은 이들 관광 나그네들에게 없어선 안될 골든타임입니다.
이들 관광 나그네들의 마음에는 아이헨도르프의 말대로 나도 모르는 꿈꾸는 마음에 이상스러운 물결을 가득히 담고, 영원한 노래의 샘이 흩어지며 나의 가슴으로 흘러드는 즐거움이 있을 것입니다.
나는 가을이면 여행이 생각나고, 여행하면 나그네가 떠오르며, 나그네 하면 청록파시인 박목월씨가 쓴 나그네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그렇습니다.
인생을 나그네라고 한다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것은 바로 인생입니다. 인간은 모두가 고독할 수밖에 없는 영원한 나그네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