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매가 서글서글하니 선해 뵈고 얼굴도 뿌여니 둥그스름한,
첫 눈에도 비교적 호남형인데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누구든지 간에 일단 인사를 하거나 받게되면
최대한 정중하고 예의가 바른 제 남편의 태도는
그야말로 공손함이 절로 느껴질 만큼 깍듯합니다.
그런 그의 첫인상을 두고 동네에서 이렇게 저렇게
알게 된 아줌마들은 하나 같이 그런답니다.
\"아무개엄마 신랑 참 사람 좋아보이네, 잘 만났다.\"
있는속 없는속 그대로 내보이며 허물없이 지내는
단짝 친구들 역시도 마찬가지랍니다.
\"야, 모모씨 정말 성격 좋아보인다, 너 신랑 꽉 잡고 살지?\"
처음보고선 마치 안봐도 훤하다는듯 자신하며 물어봅니다.
물론 면전에다 대고 싫은 소리 할 수 없으니
모두들 그렇게 호평할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듣기 좋으라고 마음에도 없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것은 분명 아닌것 같습니다.
그 확실한 증인들이 수두룩-하니...
저를 위해서라면 쓴말 단말 마다 않고 할 수 있는
저의 가장 큰 빽그라운드(?)인 제 친정식구들이
바로 그 증인으로 있기 때문입니다.
휴일을 제외하곤 하루도 거르지않고 매일 조석으로
드나들며 우리부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봐 온 오빠와 올케,
매제처럼 맘 좋은 사람 드물답니다.
저보고 항상 더 잘 하랍니다.
한달에 한번쯤 찾아와서 먹고 마시고
매형이랑 살부비며 자고 가는 남동생,
자기는 나중에 결혼하면 매형이 누나한테 하는
반도 못할것 같답니다. 누나는 복 받았답니다.
유일한 미성년자로 먹고싶고 갖고싶고 입고싶은것
하나둘 모았다가 일년에 한 서너번씩
하나뿐인 형부 등골 확실하게 빼먹는 막내 여동생,
형부처럼 잘생기고 자상하고 매너있는 남자있으면
당장 시집간답니다. 언니가 너무 부럽답니다.
가끔 엄마랑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샐 때가 간혹 있습니다. 아무리 사위 사랑은
장모라지만, 속깊은 얘기를 나누다보니 한번쯤은
이렇다하고 불만(?)을 말씀하실 수도 있으실텐데..
아직까지 사위에 대한 불만이 전혀 없으신가 봅니다.
일부러 유도질문을 한번 했더니 대답이 걸작입니다.
심성이 너무 착해서 싫은 내색 못하니
맘고생할까 오히려 걱정이랍니다.(헉!!*.*)
저도 인정은 한답니다.
인상 좋고 성격도 그만하면 좋은편이고 예의도 바르고...
다 좋은데 뭐 그런 사람은 성질도 고집도 없답니까?
싸울 줄도 모르고 화낼 줄도 모른답니까?
이거야 원, 잘잘못이 누구에게 있든 화살이 무조건
제게로 돌아오고야마니 원통(?)하다는 거지요.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는 옛 말에 힘입어,
큰 맘먹고 좀 툴툴거리면 복에 겨워 하는 소리쯤으로
여기고 피식 웃고들 맙니다.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듣기가 쉽지 않답니다.
외려 핀잔 듣지 않는걸 다행인줄 알라는 눈치입니다.
생각해보면 제 탓도 큽니다.
제 남편은 처갓집 식구들만 오면 유난히 부지런히
움직이며 늘 그래왔듯양 아주 자연스럽고 익숙한
모습으로 저를 돕습니다.
그러면 모두들 대단한 애처가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신이 난 저는 아예 한 수 더 떠,
절대 과장이 아니라 평소 모습 그대로라고 으스대며
자랑을 하다가, 종단엔 착한 신랑 너무 부려먹는다고
꾸지람을 듣기가 일쑤랍니다. (실은 좀 오버인데 말이죠..-.-)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저의 가장 든든했던 빽들은
그렇게 적군아닌 적군으로 점점 변하면서 남편에게 보다 큰
애정을 갖게 되었고, 그에 힘입은 남편은
늘 한결같이 좋은 인상으로 처갓집 일에 무심하지 않은
아주 사려깊은 사위가 되었지요.
처음엔 좀 억울하다 싶었지만, 어쨌든 남편이나 친정식구가
서로 너무도 좋아하고 아껴주는 그야말로 한식구가 되었으니
그보다 흡족한 일이 어디 또 있을까 여겨집니다.
조금은 얄밉게 보이던 남편의 오버(?)가
더이상 밉지 않습니다. 그저 사랑스러울 뿐입니다.